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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카야 슈헤이 에세이 <인간의 보루>, 일본인의 눈으로 ‘일본의 양심’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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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카야 슈헤이 에세이 <인간의 보루>, 일본인의 눈으로 ‘일본의 양심’을 묻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역사 생생한 증언으로 펼쳐낸 자전적 기록, 김정훈 교수 번역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여자근로정신대 동원의 진실을 파헤치며 끈질기게 일본의 책임을 물어 온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상을 소개한 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소송 지원회) 회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야마카와 슈헤이(山川修平)가 쓴 자전적 에세이 ‘인간의 보루-조선여자근로정신대 유족과의 교류’를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학교)가 번역했다.

김 교수는 조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 간게이가쿠인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반전과 한일평화의 가치를 중시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에세이는 주택 산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작가가 1992년 골프 여행을 위해 제주도에 왔다가 우연히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의 유족을 만나면서부터 시작한다.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했던 그의 인생은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일재 강제동원에 의해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은 피해자의 유족 김중곤을 만나면서 바뀌었다.

김중곤의 여동생 김순례는 1944년 12월 7일 발생한 도난카이 대지진 당시 안타깝게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광주전남 출신 소녀 6명 중 한명이다. 김순례는 광주북정국민학교(현 광주수창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44년 5월경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돼 강제노역 중 지진 당시 건물이 붕괴되면서 목숨을 잃었다.

김중곤의 부인 고 김복례(2001년 사망) 또한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로, 1944년 여동생 순례와는 동네 친구였다. 여동생과 함께 동원돼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광복 후 구사일생으로 고향에 돌아온 김복례는 서로의 가정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양가 부모의 뜻에 따라 김중곤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역사를 생생한 증언으로 펼쳐낸 야마카야 슈헤이의 자전적 에세이 <인간의 보루> 표지 ⓒ근로정신대 광주 시민모임

역사의 굴곡진 사연을 안고 있는 김중곤과 인간적인 교류를 이어가던 저자는 김중곤의 소개로 시민단체 ‘나고야 소송 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를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고등학교 역사교사였던 다카하시 대표는 1986년 ‘아이치현 조선인강제연행 조사반’ 활동 과정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여자근로정신대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그때부터 역사에 가려져 있던 진실 찾기에 나섰다.

다카하시 대표는 그 후 주위 뜻있는 시민들과 함께 ‘나고야 소송 지원회’를 결성하고, 1999년 3월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일본의 전쟁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외로운 투쟁에 나선 인물이다.

저자는 일제강제동원의 진실을 규명하고 일본의 전쟁책임을 묻는 활동을 전개해 온 일본 내 양심의 목소리에 크게 감화 받았으며, 곧바로 ‘나고야 소송 지원회’에 입회하고, 본인 역시 피해자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간의 보루’ 는 저자 야마카와 슈헤이, 유족 김중곤, 일본 시민단체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 등이 억울한 피해자들의 권리를 되찾는 활동은 물론 올바른 한일관계를 위해 국경을 초월해 손을 맞잡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고야 소송 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가 왜 일본인으로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1988년 도난카이 지진 희생자 추도비 건립을 비롯해 어떻게 동료들과 시민단체 ‘나고야 소송 지원회’를 설립했는지, 1999년 소송을 시작해 2008년에 이르기까지 장장 10년에 걸친 소송을 뒷받침해 왔는지 등 생생한 증언들이 펼쳐진다.

이 책은 야마카와 슈헤이가 유족을 통해 일제강제동원 문제와 인권에 눈을 뜨게 돼, 그 자신 스스로 시민단체 일원으로서 활동하면서 한일관계를 목격한 저자의 자전적 기록이다.

또한 역사에 가려져 있던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문제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까지 이 문제에 관여해 온 유족 및 운동단체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중요한 역사적 활동을 담은,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문제를 규명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기록이기도 하다.

책의 후반부에는 전후 국제관계 이해관계로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이 전후 배상 문제를 외면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구조를 지적하고, 사죄와 배상 문제에 대한 각 전문가들의 견해가 제시된다. 나아가 21세의 현시점에서 한일관계를 돌아보며 국가란, 인권이란, 인간의 양심이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국경과 민족을 넘은 인간으로서의 교류, 인간에 대한 따스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저자의 신념을 소탈하면서도 진솔한 문체로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한일관계가 악화된 오늘날, ‘인간의 보루’, 곧 ‘인간의 양심’을 지켜내기 위한 한 일본인의 진심 어린 자기고백은 한일 시민의 연대와 우정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 책의 주요 인물인 김중곤은 2019년 1월 25일 평생의 소원이었던 한을 풀지 못하고 9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나고야 소송 지원회’가 2007년 7월부터 매주 금요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개최하고 있는 ‘금요행동’은 지난 1월 17일 ‘500회’를 맞았으나, 최근 코로나 19 일본 내 감염이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3월부터 잠정 중단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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