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95개 대학 캠퍼스 441만 대학생이 가입한 국내 최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관련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2차 가해와 여성혐오성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에브리타임 측이 혐오성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학 연합 페미니즘 동아리인 '유니브페미'는 7일 서울 마포구 에브리타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브리타임이 n번방 2차가해·여성혐오성 게시물에 대한 윤리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의 블라인드' 같은 앱이다. 각 대학별 익명 커뮤니티를 제공하며 대학 계정이 있어야 가입 가능하다. 에브리타임의 게시판은 자체적인 심의 없이 신고가 일정 수 이상으로 누적됐을 때 내용과 무관하게 자동으로 삭제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최근 n번방 사건이 이슈가 되자, 에브리타임에도 관련 게시물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게시물 일부에는 "인터넷에 몸 사진 올리던 애들이 피해자냐"라거나 "페미들이 (텔레그램 성 착취방 접속자가) 26만 명이라고 선동하며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브리타임은 이러한 2차 가해와 여성혐오성 게시물에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유니브페미는 "다수의 신고로 게시물이 삭제되는 시스템으로 인해 게시판 이용자들의 문화에 따라 게시물의 삭제 여부가 결정된다"며 "이런 시스템은 무엇이 디지털성범죄를 사회구조적 문제로 만들었는지 고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브페미는 "2차 피해를 낳는 가해자에 대한 동조와 옹호부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연대자를 조롱하는 등 (에브리타임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혐오할 자유'가 보장되는 현장"이라며 "여기에 대해 '입장 없음', '제재 없음'으로 일관해온 플랫폼의 태도는 2차 가해와 여성혐오성 게시물이 유통되는 현재의 상황과 분명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에브리타임은 대학생 이용 1위 플랫폼으로서 사회적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거 페미니즘 강연 안내 포스터를 올렸다가 신고 누적으로 인해 3개월 이용 정지 처분을 받은 적 있다는 노서영 유니브페미 대표는 에브리타임이 "남성 중심의 문화가 만연한 곳"이라며 "플랫폼이 소수자 혐오에 침묵하고 방조함으로써 공범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윤김진서 성균관대학교 여성주의자모임 닻별 학회장도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페미니스트를 비하하는 게시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며 "이에 항의하면 '꼴페미'로 몰려 발언권을 박탈당한다"고 말했다.
윤김 학회장은 "혐오 발화는 소수자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다양한 이들의 공론장 참여를 막아 생산성 있는 토론의 가능성을 차단한다"며 "안전하고 평등한 온라인 커뮤니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에브리타임 측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재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회원은 "(에브리타임은) 익명성 뒤에서 자기보다 약한 집단에 폭력과 혐오를 그대로 노출하는 괴물들의 서식지"라며 "기업의 방조 속에 이용자들이 괴물로 성장한다"고 지적했다.
유니브페미는 △n번방 2차 가해 여성혐오성 게시물에 대한 제대로 된 윤리규정 및 신고 삭제 시스템을 마련하고 문제적 게시물을 당장 삭제하고 △'회사는 피해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라는 이용약관 대신 디지털 성폭력과 혐오표현에 대한 방지책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러한 요구를 담은 요구안과 81개 단체·개인 751명의 연서명을 에브리타임 본사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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