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보편적 지급'을 요구해 청와대와 정부 방침이 선회할지 주목된다.
초대형 감염병 파장이 민생 경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돼 소득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선별적 지급 계획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선별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 데다, 이 과정에 소요되는 행정력 낭비 논란까지 겹쳐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주말을 거치며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계층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급격히 상승하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 6일 "소득과 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한번쯤 제대로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이해찬 대표)고 정책 전환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방향 선회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전날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 원씩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데 대한 맞불 성격도 있다. 그동안 재난지원금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황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태도를 바꿔 정부 방안보다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으며 중산층 표심 잡기에 선수를 쳤다.
여야가 일제히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쪽으로 의견 일치가 이뤄진 셈이지만, 실제로 보편적 지급이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우선 재정설계와 집행의 키를 쥔 청와대와 정부는 전 국민 대상 지급 요구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기간 동안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청와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재난지원금 문제는 민주당과 공감대가 있다 없다 자체를 말할 수 없다"고 거리를 뒀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해 온 정부도 정치권의 재난지원금 대상 확대 경쟁을 총선을 앞둔 경쟁심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눈치다.
지원금 규모와 재원조달 방식을 놓고도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 차이가 제각각이어서 조율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7조1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이번 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민주당 계획대로라면 13조 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소득하위 70% 지급에서 확대해) 100%를 다 할 경우에는 13조 원 내외가 될 것"이라며 "4조 원 가량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황교안 대표의 제안대로 1인당 50만 원씩 지급할 경우, 23조~26조 원 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로선 여론과 정치권에서 가파르게 거세진 보편적 지급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 어려워진 셈이지만, 소득하위 70% 가구 대상 지급 방침이 결정될 당시에도 "기록으로라도 반대 의견을 남기겠다"며 민주당과 각을 세웠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쉽게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대상 확대 방침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을 총선 뒤로 설정한 점도 전 국민 대상 지급의 현실화에 불투명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총선 여론을 고려한 현재 시점에선 민주당이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압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총선 뒤엔 다시 국가재정 현실론으로 돌아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을 총선용 "현금 살포"라고 비판했던 황교안 대표와 통합당의 입장 변화 역시 총선 뒤 원위치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불확실성 탓에 재난지원금 대상 확대 여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급성과 보편성에 대한 요구를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 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해 온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하고 각 당이 협조해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며 "긴급한 상황에 걸맞게 4월 내 지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