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합의가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정은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대사가 입장문을 낸 직후 협정이 사실상 타결될 것 같다는 일부 한국 정부 인사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합의까지 급물살을 탈 것 같던 흐름과 온도차가 있다.
2일(현지 시각) 클라크 쿠퍼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현지 언론과의 화상 브리핑에서 방위비 협상과 관련 "협상이 계속돼 왔고,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쿠퍼 차관보는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는 지금 4월 초에 있지만 협상은 (시기가 아닌) '조건' 기반이라는 점"이라고 말해 미국 측이 여전히 한국 측에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상호 유익하고 공정한 합의여야 한다"며 현재 방위비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협의 채널이 "담당 부서에 있는 내 동료들, 그리고 장관급과 그 이상"이라고 밝혀 한미 양측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협상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
같은 날 <미국의 소리> 방송은 국무부 당국자가 한국 언론에 보낸 논평을 통해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미국의 동맹국들이 더 기여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기대를 명확히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 당국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 또 미 국무부가 한국 언론을 상대로 이같은 논평을 발표한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을 미뤄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간 합의안을 반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3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협상 상황에 대해 "협상이라는 것이 예상치 못한 일이 많아서 끝까지 가봐야 한다"며 "통상적으로 협상할 때 많이 쓰는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말씀 정도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은보 대사가 입장을 낸 이후 기류가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협상이 막바지에 와도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면서 현재 한미 간 난기류가 있음을 시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통화했을 때 폼페이오 장관이 백악관에 협상 내용을 보고한 결과를 전달해줬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SMA라는 큰 틀에서 협상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으니까 (질문한 부분까지) 다 포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한국의 속담을 인용한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달걀이 부화하기 전에 닭의 수를 세지 말라'는 미국 표현과 같은 한국식 표현이 있다는 것을 오늘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의 일부 인사가 언론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밝힌 것에 대한 미국 측의 대답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 측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새로운 한국어 구문과 은유들을 많이 배우고 있다. 그의 트윗은 순수한 (악의가 없는) 것으로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김치를 즐겨 먹기 때문에 (그의 트윗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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