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대북 제재 강화 발언에 "건드리면 다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낸 가운데, 발언의 주인공인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대화가 재개되길 바란다면서도 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혀 북미 간 여전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30일(현지 시각) 폼페이오 장관이 아시아 언론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북한 지도부와 다시 마주 앉고 북한 주민들의 밝은 미래를 향한 길을 계획하기 시작하는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위해 북한에 직접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이 세계식량은행을 통해 직접적으로 지원을 제안했다면서 "인도적 지원이 그 나라(북한)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미) 두 정상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만났을 때 북한 비핵화와 북한 주민의 밝은 미래 등 중요한 약속이 이뤄졌다"며 "미국은 그 이후 협상 진전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자신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한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미국 제재가 아니라 유엔 제제가 계속 유지될 것이고 집행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본인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밝힌 데에는 북한이 30일 외무성 신임대미협상국장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식의 비난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신임대미협상국장은 담화에서 "한 쪽에서는 대통령이 신형 코로나비루스 방역 문제와 관련하여 '진정에 넘친 지원구상'을 담은 친서를 우리 지도부에 보내오며 긴밀한 의사소통을 간청하는 반면 국무장관이라는자는 세계의 면전에서 자기 대통령이 좋은 협력관계를 맺자고 하는 나라를 향해 악담을 퍼부으면서 대통령의 의사를 깔아 뭉개고 있으니 대체 미국의 진짜 집권자가 누구인지 헛갈릴 정도"라고 꼬집은 바 있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코로나 19 방역을 위한 지원을 제안했는데 폼페이오 장관은 사흘 뒤인 25일(현지 시각)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 이후 미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접수했을 때부터 그의 제안에는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친서 사실을 밝힌 김여정 당 중앙위위원회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사이의 관계와 그 발전은 두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놓고 서뿔리(섣불리) 평가해서는 안되며 그에 따라 전망하고 기대해서는 더욱 안된다"고 말했다.
이후 24일 재일본 조선인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 조선의 최고령도자(김정은)와의 친분관계는 더없이 귀중한 정치자산일 수 있다"면서도 "조선 국무위원장(김정은)은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시는 분"이라며 "사적인 감정은 국사를 논하는 바탕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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