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급냉하면서 한달 사이에 국제유가가 반토막이 났다. 급기야 배럴당 국제유가는 18년만에 2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9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이날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6% 넘게 급락하며 배럴당 19.92 달러로 18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제원유 수요가 붕괴되면서 추가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의 브렌트유도 배럴당 23.03달러로 2002년 이후 18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6%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신문에 따르면, 국제원유 수요는 25%나 격감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시장의 주도권을 쥐려고 오히려 원유공급을 늘리는 치킨게임에 나서면서 국제유가의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들어서 하루 2500만 배럴의 재고가 쌓일 것이며, 이런 추세라면 몇 주내에 전세계의 재고 수용량을 초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신문은 "산유국들이 원유산업 사상 유례가 없는 감산에 돌입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는 하락 추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수요 급감으로 인한 국제유가 폭락은 글로벌 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예고하는 바로미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폭발적인 코로나19 확산세는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코로나19 통계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30일 오전 9시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72만117명이다. 이 중 14만9082명이 완치됐지만 3만3925명이 사망했다. 특히 미국의 확진자는 14만886명으로 하루도 안돼 만 단위의 숫자가 바뀔 정도로 급증세다.
'나홀로 호황'을 누려온 미국 경제도 고꾸라고 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현재의 예측 정도로 지속된다면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 정도나 감소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피치는 "GDP 증가율 -3%라는 것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미친) 지난 2009년보다 더 큰 폭의 감소치"라고 덧붙였다.
앞서 독일 알리안츠는 <코로나19:격리된 경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이 12∼18개월 이어질 경우 미국(-3.0%)과 유로존(-6.0%) 등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중국의 성장률도 1.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보고서는 현재로선 침체기가 장기화되는 'L'자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는 'U'자형 반등을 제시하면서 이 경우 세계 경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서 연간 0.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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