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수사권조정이 이루어졌다. 검찰은 절대적 수사주재자의 지위를 내려놓게 되었고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수사종결권까지 가짐으로써 1차적 수사주체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검찰과 경찰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룸으로써 선진 형사사법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을 놓게 되었다. 그동안 수사권과 기소권, 지휘권을 한 손에 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검찰이 공수처 및 경찰에 견제를 받게 됨으로써 검찰권 남용과 부패의 위험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나아가 경찰의 책임수사 체제가 정착됨으로써 국민들의 편익증대가 기대된다. 앞으로 웬만한 사건은 경찰의 1차 수사로 종결됨으로써 검찰에서 이중조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고 빠른 사건처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선진외국의 예에서 보듯이 향후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역할분담이 정착되면 수사와 기소가 보다 투명·공정해 질 것이며 이는 결국 국민들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수사권조정안이 안착될 수 있도록 후속 작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고 남은 검찰개혁 및 경찰권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한 경찰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필자)
수사권 조정의 내용과 의미
국회는 지난 1월 13일 검찰개혁과제 중 하나였던 검·경수사권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조정안의 핵심 내용은 검·경협력관계 설정 및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 검사의 직접수사범위 제한 등이다. 또한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특혜를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로써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 동안 절대적인 수사주재자의 지위를 누려왔던 검찰이 그 자리를 내려놓게 되었다. 반면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수사종결권까지 가짐으로써 1차적 수사주체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검·경수사권조정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선진외국의 형사사법제도에서 작동하고 있는 민주적 삼권분립체계(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와 비교하면 미흡하기는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검찰과 경찰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룸으로써 민주적인 형사사법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을 놓게 되었다. 그동안은 수사권과 기소권, 수사지휘권을 한 손에 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검찰이 공수처 및 경찰에 의해 견제를 받게 됨으로써 검찰권 남용과 부패의 위험이 많이 줄어 들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식민통지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검찰에 모든 권한을 몰아준 이래(1912년 조선형사령) 실로 110년 만에 형사사법제도에서 일제잔재의 하나를 떨어버리는 개혁을 하게 된 것이다. 둘째, 경찰의 책임수사 체제가 정착됨으로써 국민들의 편익증대가 기대된다. 앞으로 웬만한 사건은 경찰의 1차 수사로 종결됨으로써 검찰에서 이중조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고 빠른 사건처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경찰수사에 대해서는 사건관계인들의 이의제기권, 검찰의 보완수사·재수사·징계요구권 및 기소권 등으로 얼마든지 견제가 가능하다. 선진외국의 예에서 보듯이 향후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역할분담이 정착되면 수사와 기소가 보다 투명·공정해 질 것이며 이는 결국 국민들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수사권조정으로 검찰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검찰은 여전히 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비리 및 대형참사사건 등 중요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보유할 뿐만 아니라 기소권, 영장청구권, 보완수사요구권, 징계요구권 등으로 경찰수사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총론적 관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검·경 관계를 기존의 수직적 상명하복 관계에서 대등협력 및 상호견제 관계로 개선하기 위해 양 기관에 권한을 분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기소 분리의 관점, 그리고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분산시켜 검찰을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많이 미흡한 안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여전한 문제
이번 수사권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검찰에 특수수사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직접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검찰의 직접수사가 문제인가? 검찰제도는 유럽에서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형사소추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판기관과 소추기관을 분리하는 탄핵주의의 도입과 함께 탄생했다. 본래 검찰은 기소기관(The prosecutor’s office)인 것이다. 그런데 기소기관이 수사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력기관화 되어 권한의 남용과 인권침해를 낳는다. 기소권과 수사권이 한 손에 쥐어져 있을 때 서로 견제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인권침해 수사, 강압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선택적 수사가 이루어져도 기소권에 의해 견제되지 않고 대부분 기소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대해서는 어느 검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검사의 책임을 물을 자도 같은 검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검찰역사에서 검찰권 남용이 특히 심했던 분야가 바로 특수수사 영역이었다. 수사의 착수 여부, 수사의 대상과 범위 설정, 영장 청구, 증거수집 및 평가, 수사 종결 및 기소 대상 결정 등 모든 것이 오로지 검찰의 손안에서만 이루어지는 특수수사는 매우 자의적이고 밀행적이며 일체의 외부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사건의 실체와 관계없이 고양이를 호랑이로 그려낼 수도 호랑이를 고양이로 그려 낼 수도 있는 것이 검찰의 특수수사이다. 특수수사권의 독점은 그동안 검찰이 정치·경제·관료·언론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이번 여름에 공수처가 출범하더라도 일부 권력형 부패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제한된 기소권만 가질 뿐 검찰은 여전히 광범위한 특수수사권을 유지한다. 검찰이 특수수사 영역에서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한 개인, 기업, 집단 어느 누구도 검찰권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를 불러온 보복수사도 종래 특수수사의 대명사였던 대검중수부의 칼끝에서 시작되었다. 이번 조정안은 검찰의 힘인 특수수사권한을 거의 원형대로 존치시킴으로써 향후 검찰권이 남용될 수 있는 위험성을 살려 두었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명분은 경찰이 갖고 실리는 검찰이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진외국에는 수사·기소 분리 정착
그럼 선진외국은 수사와 기소분야에서 어떤 권한체계를 갖추고 있을까? 선진외국은 모두 제도적·기능적으로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시켜 권한남용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모든 권력은 나누어져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상식이 제도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일반적으로 대륙법계에 속하는 독일·프랑스에서는 검찰우위의 수사권체계가 확립되어 있는 반면, 영국·미국에서는 경찰우위의 수사권체계가 정착되어 있다. 즉 독일·프랑스에서는 검찰이 수사권의 주체이고 경찰은 수사의 보조자이다. 반대로 영국·미국에서는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고 검찰에게는 공소권 행사가 주된 임무로 부과되어 있다. 한편 대륙법계의 검·경제도를 따르고 있었던 일본은 연합군 점령기인 1948년 절충식 제도를 수입하였다. 이에 따라 경찰이 제1차적·본래적 수사기관, 검찰이 제2차적․보충적 수사기관 및 기소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일본형사소송법은 양 기관의 관계를 상호협력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독일·프랑스는 검찰에 자체 수사인력을 주지 않음으로써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오직 경찰의 도움을 받아서만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실질적으로 검찰과 경찰 간에 협조적·균형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능적으로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를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원래 경찰이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였으나 권력집중의 폐해가 심해지자 오히려 1985년 기소권을 경찰로부터 분리해 검찰조직인 왕립기소청을 신설하였다. 영국 검찰은 수사권이 없고 기소업무만 담당한다. 이와 같이 선진외국의 제도를 관통하는 기본원칙은 모두 '권력의 분산'과 '견제와 균형'이다. 어느 한 쪽에 권한을 몰아주지 않고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갖추도록 제도를 설계·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검찰과 같이 무소불위 권력기관화 된 검찰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수사·기소 분리는 인권보호를 위해서도 필요
우리나라 검찰의 수사로 인한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검찰의 수사는 외부기관의 통제가 전무하여 인권침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실제 지난 2005년-2014년 10년간 검찰조사를 받은 108명의 시민이 자살할 정도로 검찰의 수사관행은 인권침해적이다(2014, 형사정책연구원). 그럼에도 검찰의 수사관행은 고쳐지지 않는다. 기소권·수사권이 한 몸에 속해 서로 견제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인권침해적 수사, 위법한 수사도 기소권에 의해 견제되지 않고 대부분 기소로 이어진다. 협박·압박이 동원되는 강압수사, 먼지털이식 무리한 수사, 편파적인 불공정 수사가 저질러져도 통제되지 않고 기소로 이어진다. 그동안 검사들은 인권보호자임을 자처해 왔고 인권보호를 수사권 조정의 반대논리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는 수사현실을 호도하는 억지 주장일 뿐이었다. 스스로 수사의 칼날을 휘두르며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검사가 인권보호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답은 명확하다. 수사는 경찰로 일원화하고 검사는 기소관으로서 경찰의 수사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검사는 수사에서 손을 뗄 때 비로소 인권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선진외국에서 법률가인 검사에게 공소제기 및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주된 역할로 맡겨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사권조정 이후, 중요한 후속과제 지속 추진·마무리 되어야
이같이 대부분의 선진외국에서 작동하고 있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이라는 민주적 삼권분립체계와 비교하면 미흡하기는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수사권조정을 통해 검찰과 경찰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선진 형사사법체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초석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수사권조정이 안착되고 검찰개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가 몇 가지 중요한 후속과제를 마무리하거나 논의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첫째, 최우선 후속 과제는 검찰의 직접수사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 범죄, 방위사업비리, 대형참사 등 중요범죄에서 여전히 직접 수사개시권을 갖고 그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중요범죄의 건수는 1년에 약 180만-190만 건 발생하는 형사범죄 중에서 약 40만 건 가까이 된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서 목도하였듯이 검찰은 영장청구권과 기소권까지 독점하고 있어서 수사에 대한 외부통제가 쉽지 않고 무한 확대되는 폐단을 가지고 있다. 권한의 독점으로 인해 전관 출신 변호사와의 검은 거래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폐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에서 검찰의 직접수사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 법무부, 행안부, 검찰 및 경찰이 참여한 회의체에서 대통령령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또한 법무부가 검찰의 직제 규정을 개정하여 검찰의 직접 수사부서와 인원을 대폭 줄이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검찰 기능의 본질은 수사가 아니라 기소에 있다는 점을 항시 잊지 않아야 한다.
둘째,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를 가시화해야 한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기소의 중립성·객관성 확보를 위해 검찰 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는 기소에 복무하는 개념이고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이기 때문에 나눌 수 없다는 반대 입장을 밝히며 반발했다.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는 빠를수록 좋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미법계 국가들은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시켰고, 대륙법계 국가들은 검찰에 기소권·수사권·지휘권을 주되 수사 인력을 주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방법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시켰다.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 기관에 의해 독점적으로 행사되는 것을 막고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이루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수사는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어 기소와 협력·견제하는 독립된 활동이지 기소에 복무하는 종속적인 개념이 결코 아니다. 윤 총장의 말대로라면 기소도 재판에 복무하는 개념이 되고 과거 규문주의 시절처럼 법원이 기소권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이런 역사퇴행적인 주장에 윤 총장이 동의할까. 영미법계 국가의 검찰은 경찰 수사를 받아 기소여부를 결정하고, 대륙법계의 대표국가인 프랑스 검찰도 중요사건에서는 수사판사의 수사를 받아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덕분에 이들 국가의 사법제도는 객관성·중립성 면에서 국민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수사와 기소는 두 덩어리로 나누어 운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폐단이 적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 내에서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찾아보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외국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중요범죄에 대해 예외적으로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행사하는 영국의 중대범죄수사청(SFO)은 수사부와 공소부를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일본 검찰의 총괄검사심사관제도는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검사가 기소여부에 대한 의견을 결재권자에게 개진하여 기소결정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돕는 제도이다. 외부 민간인이 참여하는 검찰시민위원회의 기능을 실질화시켜 기소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게 한다거나 아예 미국식 대배심 제도를 도입하여 국민들이 직접 기소를 통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조국 전 장관 가족의 기소나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기소에서 볼 수 있듯이 검찰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조사도 생략하고 기소부터 감행하고 있다. 기소단계에서 검사의 위법수사 여부를 감시하고 기소의 중립성·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셋째, 검찰과 경찰 간의 상명하복 관계가 사라지고 대등·협력관계가 설정되면서 양 기관의 업무관계를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대통령령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지휘권을 고리로 경찰수사를 지배해 왔기 때문에 대등한 입장에서 경찰과 협력하거나 경찰의 견제를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반면 영미법계와 대륙법계를 막론하고 선진 외국에서는 수사기관인 경찰과 기소기관인 검찰 간에 협력 및 견제 관계가 형사사법체계의 기본원칙으로 작동하고 있다. 청와대가 주도권을 가지고 법률 개정의 취지에 맞게 검·경 간에 원활한 업무협조 및 상호 견제가 가능하도록 내용을 규정해야 한다. 수사권조정이 효율적인 범죄투쟁을 보장하면서도 권력기관의 권한남용을 막고 국민편익을 극대화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도록 대통령령의 세부내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넷째,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 조서 증거능력의 특혜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다만 그 시행시기를 최대 4년까지 유예하였다. 검사 조서의 증거능력 특혜를 없애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개혁성과이다. 검사 조서는 경찰 조서에 비해 특권적 지위를 부여 받고 있다. 경찰 조서는 나중에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면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지만, 검사 조서에 담긴 자백은 후일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검사 작성 자백조서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검사는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해 회유·공갈·압박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 10년 간 검찰 조사를 받던 시민들 108명이 자살한 사실이 우연은 아닌 것이다. 검사 조서의 특권적 지위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은 시민들이 똑같은 내용으로 다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이중조사와 불편도 야기되고 있다.
나아가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검사 앞에서 자백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를 침해하여 피고인의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지난 2006년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했던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검사실 조사는 밀실수사"라며, 판사들에게 "검사의 수사기록을 집어 던지라"고 일갈하기도 하였다. 학계와 변호사단체는 오래전부터 검사 조서의 증거능력 특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인권을 보호하는 수사관행을 확립하고 공정한 형사재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사권조정의 시행과 동시에 검사 조서의 증거능력 특혜를 즉시 폐지하는 것이 옳다.
다섯째, 검사가 독점하고 있는 영장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이번 수사권조정에서는 검사에게 여전히 영장청구권한을 독점시키되 고등검찰청에 외부인으로 구성된 영장심의의원회를 설치하여 검사의 부당한 영장 기각에 대해 심의를 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였다. 영장제도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서 법관의 사법심사를 통해 수사기관의 강제처분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을 본질로 한다. 그런데 현행 헌법 제12조 및 제16조,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215조는 법원에 의한 영장심사를 보장하면서도 영장의 청구권한을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다. 검사에게 강제수사를 통제하는 문고리권력을 부여한 것이다. 이 헌법조항은 1962년 5․16 군사쿠테타 후 군사세력에 의해 단행된 제5차 개정헌법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별다른 논의 없이 존속되고 있다.
현재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우선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장치로 악용되고 있다.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함으로써 검사는 법의 칼날이 미치지 않는 성역에 존재하고 있다. 검사 비리에 대한 타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건설업자에게서 성접대를 받은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검찰이 거듭 체포영장을 기각하다가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 좋은 예이다. 검찰이 반복되는 검사들의 내부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닌 것이다. 이제 사법제도의 발전 및 수사체계의 변화에 따라 영장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참고로 일본 형사소송법은 구속영장의 경우 신중을 기하기 위해 검사에게 청구권한을 주고 있지만 증거수집을 위해 필요한 압수수색영장은 직접 수사하는 경찰에게 청구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7월에 출범예정인 공수처도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수사가 검찰에 예속될 수밖에 독립적인 반부패수사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공수처설치법은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에게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수사권조정으로 1차적 수사주체의 지위를 가진 경찰이 독립적인 수사를 행하고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영장청구권, 적어도 일본과 같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권은 보유하여야 한다. 검찰조직에 설치되는 영장심의위원회는 검사의 자의적인 영장기각을 견제할 수 있는 실효적 장치가 되기 어렵다. 영장제도의 합리적 개혁을 위한 후속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끝으로, 경찰권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 경찰개혁을 위해 제시된 몇 가지 중요한 개혁과제들, 경찰권 분산과 지역특성에 맞는 치안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치경찰제의 도입, 경찰 내 수사권 독립성 확보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국가수사본부의 설치, 정보국 폐지 및 정보경찰의 대폭 축소,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국민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의 국가경찰위원회 권한 실질화 방안 등이 차질 없이 추진·완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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