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흘러 바다와 만나는 연안에 갯벌이 있다. 우리나라는 농지와 산업부지 확보를 위해 지난 40년간 간척사업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서울 면적의 두 배가 넘는 땅을 확보했지만 그만큼의 갯벌은 사라졌다. 특히 충남과 전남 등은 본래의 2.5퍼센트에 불과한 갯벌만이 남게 됐다. 갯벌이 해양동식물의 중요 산란처임을 상기할 때 '간척이라는 생명의 학살극이 낳은 참람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갯벌의 생태적, 경제적 가치가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회에서 '연안하구 복원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되는 등 간척의 비극을 갯벌의 부활로 바꿀 일련의 '역간척 사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라남도 장흥에 위치한 장재도는 1960년 제방을 쌓아 육지와 연결시켰다. 하지만 퇴적물이 쌓이고 수심이 얕아지면서 해수유통이 되지 않자 뻘은 썩어갔다. 이곳의 주요 수산물인 낙지와 키조개, 꼬막 등의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었다. 갯벌을 살리는 게 지역이 살 방도임을 깨닫게 된 장흥군은 2006년 장재도의 둑 가운데를 허물고 대신 해수가 통할 수 있도록 교각을 세웠다. 해수유통으로 퇴적층이 줄어들자 갯지렁이와 짱둥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갯벌 생태계가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장재도 연륙교 앞에서 낙지와 바지락을 잔뜩 잡아 나오는 할머니 한 분은 "이제 힘들어 못 하겠어!"라는 말과 달리 얼굴 가득 웃음이다. 잡은 수산물을 하나둘 세어보며 자랑하는 말에 생기가 가득하다.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도 옆에 자리한 황도도 2012년 방조제를 허물고 연륙교를 세웠다. 해수가 유통되자 급격하게 사라졌던 바지락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바지락 생산량은 매년 늘고 있다. 갯벌이 살아나자 조용했던 섬도 활기를 되찾았다. 풍어를 기원하는 '붕어 풍기제'도 활기가 더해져 관광객 증가가 눈에 띌 정도다. 역간척이 갯벌과 함께 지역사회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전남 진도군 지산면 소포리의 경우는 지난 2009년 기존 방조제를 허물고 갯벌을 복원하기로 지역사회의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안타깝게도 토지보상 문제로 무산되고 말았다. 토지 보상을 시중 현가로 지불하는 문제와 갯벌 복원 시 수입 보장에 대해 주민과 지자체 간에 이견이 불거져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향후 역간척을 계획하고 있는 연안 지자체와 주민들이 무엇을 주의하고 더 섬세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할지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갯벌과 간척사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갯벌을 되살리는 선택이 갯벌을 죽이는 선택보다 낫다는 실례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역간척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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