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서를 제출했지만 사퇴 처리가 되지 않아 아직은 국회의장 신분을 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19일 서울 한남동 의장공관에서 16시간 여 동안 검찰 수사를 받았다.
박 의장은 "전당대회 당시 캠프 관계자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하긴 했지만,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사퇴기자회견에서 '내가 다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출신으로 노회한 정치 경력을 지닌 박 의장이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철저히 분리해서 대응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 소속 검사 3명은 19일 오전 10시부터 자정께까지 박 의장에 대한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이후 박 의장은 1시간 30분가량 검찰이 작성한 진술조서를 검토한 끝에 20일 오전 1시30분을 넘겨 조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특히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돈 봉투가 전달된 사실을 몰랐으며 (해외순방에서) 귀국한 뒤 관계자들 얘기를 듣고서야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묵비권 행사 등 없이 대체로 자신의 주장을 소상하게 진술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그는 캠프 회계를 실무진에 일임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지출이 이뤄졌는지 모르며, 고승덕 의원 외 다른 의원들에게 돈봉투가 살포됐는지 여부도 알지 못한다는 등 핵심적 사항에 대해선 부인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번 주 중으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박 의장에 대한 출장 조사 역시 '마무리 수순'의 통과의례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은 박 의장이 전대 직전 직접 1억5000만 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캠프에 전달하고,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받은 억대 변호사 수임료를 현금화시킨 자료 등을 토대로 박 의장을 압박했다. 또한 김효재 전 정무수석으로부터 "박 의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대로라도 '김효재-박희태 선'에서 사안이 종결될 분위기다.
한편 박 의장에 대한 검찰 수사 행태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박 의장의 사퇴서가 아직 처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호칭을 진술인 또는 피의자가 아닌 '의장님'이라고 사용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김해 봉하에서 서울 대검 중수부로 '소환'하고 '피의자'라는 호칭을 사용했을 때와는 전혀 딴판이라는 이야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