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 축제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에서 매년 진행되는 동물 축제는 86개로, '산천어 축제'와 '나비 축제' 등은 해당 지역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잡고 먹는 데 치중한 나머지, 동물에게는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동물의 이름을 내걸고 있는 축제들이 실은 그 동물한테 고통을 가하는 시간"이라며 "축제들의 한 80% 정도가 동물들을 결국에는 잡거나 먹는 걸로 끝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생태적 고려 없이 그냥 단순 먹어치우는 것으로만 치부하는 축제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먹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동물을 '먹는 것으로만' 보기 때문에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문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김 사무국장은 산천어 축제 등 높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동물 축제라고 해도 "동물을 잘못 다루면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소모적인 축제들을 계속하면, 사실은 그 지방에서도 그것을 계속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이 있"다며 "지금처럼 계속 어떤 외부적인 공급이나 투입에 계속 의존하는 축제들은 미래를 봤을 때도 계속 유지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동물들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조건 하에서 봐야 가장 감동적이다. 누가 결박하거나 포획해 놓은 것을 봤다고 그것이 자연에 대한 이해라든가 올바른 자연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동물축제-반대축제 기획단'의 의뢰로 2013~2015년에 진행된 전국 동물 축제를 분석했다.
'국내 동물 이용 축제 현황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전국 1214개 축제 가운데 동물을 이용한 축제는 86개로 축제의 84%가 동물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를 가하지 않는 축제는 5%에 불과했다.
또 맨손으로 동물 잡기와 만지기는 결국 '동물 먹기'로 이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꾸미와 대게를 이용한 축제의 경우, 산란 철 산란 직전의 동물을 포획하는 형식이 되면서 개체 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천어 축제의 경우, 강원 영동지방에서만 자생하는 산천어를 영서지방에 풀어놓는 방식으로 열흘 남짓한 축제가 끝나면 강제 폐사하거나 어묵 공정으로 보내진다. 산천어가 화천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외래종'이기 때문이다.
나비 축제 역시 나비의 생태 조건을 무시한 것이다. 어린이날 등 휴일이 많은 5월 초에 집중적으로 열리면서 낮은 기온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비가 무더기로 발생한다. 축제 기간 마련된 생태관에서 알을 낳거나 번데기가 된다고 해도 축제가 끝나면 생태관 시설과 함께 쓰레기로 버려진다.
관련해 오는 28일에는 동물축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장이 열린다. '국내 동물 이용 축제 현황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천명선 교수가 직접 발제자로 나선다.
아울러 다음달 7일에는 생명다양성재단, 시셰퍼드코리아, 아름다운커피, 라온버스 주최로 제1회 동물의 사용제 '동물축제-반대축제'가 서울 혁신파크 피아노숲에서 열린다. 행사는 매년 7월 초 개최되는 '울산고래축제'를 겨냥한 '안티 축제'이자 '맞불 축제'로 밍크고래의 보호대상 해양생물 지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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