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3년 전 이른바 '군함도'를 비롯한 근대 산업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했을 때 약속했던 이행 사항을 지키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조선인의 강제 노역 명시 등 일본이 약속한 조치들을 실행하라는 요구를 담은 결정문을 채택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바레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오는 27일(현지 시각)에 결정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결정문의 전문(前文)과 본문 각주에 지난 2015년 일본 측의 발표가 명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근대 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일본 측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 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일본은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 등 (강제 노역)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 전략'에 포함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즉 일본 정부는 자국의 근대 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조선인들에 대한 강제 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피해자들을 위한 별도의 센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은 2017년 12월까지 세계유산위원회에 자신들이 취한 조치에 대한 경과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해당 보고서에서 일본은 강제노역을 인정한다는 표현을 없앴고, 대신 이들을 '일본의 산업을 지원한 한반도 출신자'라고 명시했다. 또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설치하기로 했던 인포메이션 센터 역시 도쿄에 싱크탱크 형태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5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12월 1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후 양측은 이와 관련한 실무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와 함께 정부는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일본이 지난 2015년 약속했던 후속 조치를 이행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설득했다. 또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제출한 경과 보고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결정문에서는 지난해 일본 측이 제출한 이행 경과 보고서를 업데이트할 것을 명시했으며, 이 보고서는 2019년 11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라며 "이 보고서에 대한 세계유산위원회의 평가는 2020년에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긴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이 충실히 후속 조치를 이행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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