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측근 인사들은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쇄신 바람'의 새누리당에서 이들이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이 대통령이 "측근들은 초강세 지역 출마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보인다.
이들은 현재까지는 각개약진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거 공천 탈락 사태가 벌어질 경우 집단화 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예선부터 악전고투 치르고 있는 인사들
이 전 수석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정치1번지 종로에서 제 정치생명을 걸고 당당히 승부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이어 청와대 앞마당인 종로까지 내준다면 다가올 대선에서 청와대 안방까지 내주는 참담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며 "정권재창출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각오와 신념으로 반드시 종로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로에는 이미 조윤선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몇몇 인사들이 표밭을 갈고 있는 상황이라 이 전 수석의 공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전 수석과 더불어 부쩍 언론에 많이 나와 '정당한 평가'를 역설하고 있는 박형준 전 정무수석은 부산 수영구 출마를 선언해놓고 있다. 그 역시 현역인 유재중 의원 등과 공천을 두고 먼저 혈전을 치러야한다.
새누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되지만 판세 변화 조짐이 보이는 부산에는 박 전 수석 외에도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사상),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연제), 김형준 전 춘추관장(사하갑), 이성권 전 시민사회비서관(부산진을) 등이 출사표를 던져놓고 있지만 공천을 자신할 사람은 드물다. 연제에는 김성호 전 국정원장,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백운현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등도 나서 집안 싸움 양상이다.
호남권에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전북 전주 완산 을)과 정용화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광주 서구 갑)이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해놓고 있다. 새누리당 간판보다는 무소속이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강남, TK에 출사표 던진 이들, 믿는 구석은 뭘까?
이들까지야 "정당한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자만 강세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도 적지 않다.
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감사원장 청문회에서 낙마한 정동기 전 수석은 "편 가르는 정치, 증오의 정치와 싸우겠다"며 서울 강남을에 도전장을 냈다. KBS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선규 전 문화부 차관은 양천갑에서 뛰고 있다.
각종 여러 가지 의혹과 관련해 입길이 그치지 않는 박영준 전 차관은 대구 중남구에 사무실을 낸 지 오래다. '용산참사' 진압을 지시해 경찰처청장 청문회에서 낙마한 후 오사카 총영사를 지내 보은인사 논란에 올랐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처청장은 경북 경주에서 표밭을 갈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연말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통해 "소위 MB맨들이 여권 초강세 지역에 출마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런 까닭에 강세지역 출마희망자에 대해선 청와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앞으로 조정이 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하기는 애매하지만 현 정부와 한미FTA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선 대구, 서울 강남을 영입설이 들린다. 김 전 본부장 역시 "역할을 할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새누리당 강세지역 공천자들은, 당 전체 이미지를 제고해 여타 지역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 할 책임이 있다. 이들이 그런 범주에 들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MB맨들이 따로 다니는 이유 …공천 후에는 뭉쳐?
이른바 MB맨들은 아직은 조직적 움직임보다는 각개 약진하는 양상이다. 조직적으로 움직일 경우 지역과 당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예비후보 등록을 한 한 인사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보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뭉쳐다니면서 '뭘 잘못했냐'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닐 계제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과감한 물갈이가 진행되겠지만, '인간적으로 너무했다'는 소리를 안 듣는 것도 필요한데, 그렇다면 MB맨들이 '선별 구제'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집단적으로 뭉쳐다니면 다 한 방에 훅 가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문제는 오히려 공천 후라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박세일 전 수석이 주도하는 '국민생각'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공천 후 '이삭줍기'를 공언하고 있는 국민생각의 인재영입위원장은 윤건영 연세대 교수다. 17대 한나라당 의원을 지내고 대선 당시 대선 이명박 캠프에서 정책 핵심을 맡았던 윤 교수는 18대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지만 한선교 의원한테 패하고 학교로 돌아갔었다. 이후 정치적 활동이 뜸하다가 국민생각으로 복귀한 것. 윤 교수의 부인은 청와대 유명희 미래전략기획관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만약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 대선에서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MB계 낙천자들이 무소속 출마라든지, 다른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그 사람들 발목을 붙들어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 지지율을 높이는 것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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