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등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양봉의 황제'라는 아카시아 벌꿀이 사상 최악의 흉작을 나타내 양봉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영월농협(조합장 유인목)에 따르면 올해 아카시아 벌꿀 매입량은 250드럼으로 지난해 1300드럼의 19% 수준에 불과해 벌꿀을 원료로 제조하는 각종 제품의 생산과 이로 인한 매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영월농협은 벌꿀을 통해 아카시아꿀, 벌꿀고추장, 꿀 오미자, 꿀 매실, 꿀 유자, 꿀 생강 등을 생산하고 있으나 벌꿀 매입이 당초의 20% 수준에 그치면서 30~50억 원 정도의 매출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영월에서 40년째 양봉을 하고 있는 박순기씨 농가의 경우 지난해 50드럼의 양봉을 생산해 2억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는 아카시아꿀 채집이 어려워 지난해의 20% 수준인 10드럼 생산에 그쳤다.
박씨는 “아카시아꿀 채집이 절정인 지난 5월에 15일 가량 계속된 봄비가 치명적인 피해를 안겼다”며 “밤에는 냉해 때문에 아카시아 꽃 생육에 문제가 생기고 낮에는 25도 이상의 고온현상 때문에 아카시아꿀 채집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대현 영월농협 가공사업소장은 “아카시아 벌꿀 확보가 예년의 20% 수준에 그치면서 벌꿀 가격인상이 불가피해졌다”며 “특히 벌꿀을 원료로 생산하는 영월농협의 각종 제품도 생산차질로 농협의 전체 매출도 최소 30억 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숨 지었다.
아카시아 벌꿀의 흉작은 강원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2018년 아카시아꿀 생산이 6월 현재 9000톤 수준에 불과해 예년의 2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사상 최악”이라며 “4계절 꽃이 피는 밀월수 식재를 늘리고 양봉농가에 경영안정화 자금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4월과 5월 냉해와 잦은 비 및 이상고온 등 자연재해로 아카시아 벌꿀 채집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며 “미세먼지도 꿀벌이 활동하는데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양봉협회에 따르면 본격적인 꽃대 형성시기인 지난 4월, 낮 시간에는 고온현상, 밤에는 저온현상으로 아카시아 잎과 꽃대가 냉해를 입었고 5월에는 잦은 비로 벌꿀 채집이 실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만성꿀벌마비병 등 꿀벌 바이러스 질병이 예년보다 2배 이상 급증해 벌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카시아 벌꿀 생산량이 예년의 2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되었다.
양봉협회는 꿀벌의 화분매개기능의 경제적 가치가 약 5조 9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작물 75종 중 52%인 39개종의 작물이 꿀벌과 같은 곤충 화분매개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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