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 씨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희태 캠프 '돈봉투' 사건과 관련한 '윗선' 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적시했다.
9일 <동아일보>는 고 씨와 단독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책임 있는 분'이 누구냐는 질문에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면서도 "그분이 처음에 고 의원에 대해 '일면식도 없다'고 거짓 해명을 하면서 여기까지 일이 이어졌다"고 말해 김효재 정무수석임을 분명히 했다.
고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고 의원 측으로부터 300만 원을 돌려받은 뒤 그날 오후 김 수석을 직접 만나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전달한 '고백의 글'이라는 제목의 A4 1장짜리 글에서 "세 번에 걸친 검찰 공개소환 외에 검찰 비공개조사를 통해 그동안의 진술을 번복하고 진실 그대로를 진술하였다는 점을 고백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이 하루하루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이로 인해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허위진술을 강요받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의 허위진술이 '윗선'의 압력에 따른 것이었음을 폭로했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지금까지 이 사안에 대해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김 수석이 관련됐다는 것은) 일방의 주장일 뿐 증거도 없지 않냐"고 옹호했다.
하지만 고 씨 주장이 맞다면, 김 수석은 자신의 연루사실을 부인한 것을 넘어 사건 조작을 위한 허위 진술을 종용한 것이 된다. 박희태 의장의 이날 전격 사퇴에도 고 씨의 폭로가 한 몫 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수석의 거취가 주목된다.
▲ 박희태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동아일보 측에 준 편지ⓒ 동아일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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