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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으로 회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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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으로 회귀하나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주 68시간 체제' 종료시켜야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극이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이야기다. 1953년 법이 만들어지면서, 하루 8시간과 주 48시간이 표준 노동시간이 되었다. 법정 노동시간은 1989년 노태우 정권에서 주 44시간으로, 2004년 노무현 정권에서 주 40시간으로 줄었다.

이승만의 관료들…"일주일은 6일이다"

"주5일근무제가 공무원 등 정부기관으로 확대 시행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 주말부터 예외 없이 이틀을 쉬게 됐다. (중략)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주말 이틀간의 휴식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2005년 7월 1일 자 <한겨레> 기사다. 당시 누구나 주5일 근무제는 주 40시간 노동과 같다고 여겼는데, 대한민국 관료들은 국회가 만든 법률을 깔아뭉갤 수 있는 '행정해석'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숨겨놓고 있었다.

이승만 정권 때부터 이어진 노동시간에 관한 행정 해석에 따르면, 주 48시간은 주 6일 근무제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노동시간 조항은 이레(7일)가 아닌 엿새(6일) 동안만 적용된다.

법에서 하루 2시간, 주 12시간 연장 근로를 허용한다고 했을 때 자본가가 노동자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은 주당 최대 60시간(6일×10시간)이 된다. 법적 제한은 엿새 동안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이레째 되는 날에 일을 시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희한한 해석에 따라, 1953년에서 1988년까지 근로기준법은 법정 최장 노동시간을 주 48시간(표준)에 12시간(연장)을 더해 총 60시간으로 제한했지만, 실제 노동시간은 '48시간(표준)+12시간(연장)+8시간(일요일)'으로 총 68시간을 초과하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노무현의 관료들…"일주일은 5일이다"

같은 이유로 2004년에 법정 표준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했지만,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자본-관료 지배 동맹은 '주 68시간 체제'를 유지했다.

당시 자본과 관료는 주 40시간제가 아니라, 주 5일제라 우겼다. 주 5일제이므로 닷새(5일)에 대해서만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조항이 적용된다. 따라서 '40시간(표준)+12시간(연장)+8시간(토요일)+8시간(일요일)' 노동이 가능하다.

1953년 근로기준법은 주당 48시간을 표준으로 정했지만, 이승만의 관료들이 행정 해석을 통해 합법이라고 인정한 노동시간은 주 68시간을 웃돌았다. 이 기상천외한 행정 해석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쳐 문재인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70여 년 동안 법정 표준 노동시간이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또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되었지만, 자본-관료 지배 동맹은 법에서 말하는 일주일은 이레(7일)가 아니라 엿새(6일)나 닷새(5일)로 해석함으로써 '주 68시간 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주말에 등산을 갈까? 골프를 칠까?"

주 5일제는 일반 노동자들에겐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조항이 일주일 가운데 닷새 동안에만 적용되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일하는 것을 의미했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관료들에겐 일주일 가운데 닷새만 일하고 주말엔 쉬는 것을 의미했다.

"향후 주 5일 근무에 맞춰 (중) 노 대통령이 평소 즐기는 등산과 골프 등 레저활동 시간과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딸 내외 등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늘 전망이다."

앞에서 인용한 기사의 끝부분이다. 14년 전 평범한 노동자들은 주 68시간을 일해도 합법이었지만, 이러한 행정 해석을 유지한 관료들의 인사권을 쥔 대통령의 노동시간은 주40시간을 넘지 않아야 합법이었다.

주5일제가 대통령과 관료들에겐 주말에 골프를 칠지 등산을 할지 고민하는 노동시간 단축을 뜻했지만, 평범한 노동자들에겐 주말에도 일해야 생계유지가 가능한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의 연장을 뜻했던 것이다.

이런 비참한 현실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구(舊) 열린우리당은 침묵하고 방조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정권(2003~2007)은 처절한 실패로 끝났고, 이명박-박근혜 극우 정권(2008~2016)이 등장했다.

대영제국, 1847년에 주 58시간 법제화

터무니없는 행정 해석을 집권하자마자 폐지해야 마땅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비겁하게도 이 문제를 국회로 떠넘겼다. 지난 2월 국회는 법정 노동시간이 적용되는 일주일은 5일이 아니라 7일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법적으로 확인하는 코미디를 벌였다.

우여곡절을 거친 법 개정으로 주 68시간 행정 해석은 무력화되고, 오는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주 40시간제가 시행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6개월 계도기간 검토'를 지시함으로써 주 40시간 노동제가 또다시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1847년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주 58시간으로 한다는 공장법(factory act)을 만들었다. 대영제국의 관료들 가운데 노동법상 일주일은 엿새이기에 일요일에는 공장법의 노동시간 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며, 따라서 주 58시간에 일요일 8시간을 더해 주 66시간 노동이 가능하다는 기발한 행정 해석을 한 이가 있다는 기록은 아직 못 봤다.

문재인 정권, 자본-관료 동맹에 휘둘리나

영국의 지배층은 1847년에 주 58시간을 최장 노동시간으로 인정했지만,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주68시간 노동이 합법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은 1847년 영국 공장법보다도 못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14년 전인 2004년에 만든 법 시행을 열흘 앞두고 갑자기 집행 보류를 결정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 68시간 체제'의 온존을 기도하는 자본-관료 동맹에 휘둘리는 문재인 정권의 모습은, 2004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압승을 했음에도 말만 장황하고 행동은 굼떴던 노무현 정권의 열린우리당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노동 존중'을 앞세워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자본의 논리에 밀려 국민 다수를 구성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또다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1년이 지나면서 경제 논리를 앞세워 스스로 약속한 노동정책을 좌초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미래는 역사적으로 개혁과 진보에 실패했던 '노무현-열린우리당 정권'으로 회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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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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