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회견에서 안 원장 측은 '정치 관련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질문이 그치지 않았다. 안 원장은 자신의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은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정치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 나왔던 발언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것.
하지만 안 원장은 곧바로 "제가 정치에 참여하고 안 하고 가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우리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좋은지 끊임없이 고민한 사람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봐주기 바란다"며 모호성을 유지했다.
'재단 참여와 대권 행보를 연결시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안 원장은 "그걸 왜 연결시키는지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안 원장은 "한 개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2/3 정도이고 나머지 1/3 정도는 주위 사람과 사회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결과에 대한 정당한 나의 몫은 2/3정도가 아닌 가 싶다. 나눔이라는 것도 그런 (1/3을 돌려준다는)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재단 출범의 배경을 밝혔다.
안 원장은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의 조그만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많은 분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긍정적 도움이 되도록, 많은 기부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재단의 첫 기부자이고 제안자지만 제 몫은 여기까지 라고 본다"면서 "운영은 맡으신 분들이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구체적 재단 운영에서는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재단 활성화나 기부 문화 증진에 대해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고 이날 나온 재단 운영의 밑그림에는 안 원장의 평소 지론이 그대로 깔려있다는 평가다.
▲ 안철수 원장은, 이날도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뉴시스 |
곧 공모를 통해 명칭을 변경할 예정인 안철수 재단의 이사진으로는 박영숙 이사장 외에 고성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의료기기 회사인 사이넥스의 김영 대표, 변호사인 윤연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이 선임됐다.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이사장, 이재용 다음 대주주 등 안 교수와 가까운 인사들의 재단 참여 여부에 대해 안 원장은 "재단 설립의 실무적 절차가 한 달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아는데, 함께 하실 분들은 앞으로 곧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 말대로라면 총선에서 여야 후보가 거의 확정되는 3월 초에 안철수 재단의 라인업이 더 확장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이사를 매개로 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연결 관계에 대해서 안 원장은 "전혀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영숙 이사장은 "윤 이사는 2월이면 아름다운재단 이사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수혜자와 기부자의 네트워크 형성이 목표
재단 운영에 대해 안 원장은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이 일자리 문제, 소외 계층 교육, 세대 간 소통이라고 판단해 우선 중점 사업으로 정했다"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좀 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단은 사회적으로 편중돼 있던 기회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재단은 우선 창업 지원 사업을 벌일 계획으로, 사회적 기업의 창업자들을 선발해 일정 기간 사무실 무상 임대 등 편의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재단은 미국에서 출발한 웹기반 마이크로크레딧사업모델인 KIVA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인도에서 시작된 그라민은행이 잘 알려진 마이크로크레딧사업으로 우리나라에도 정부가 지원하는 미소금융 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미소금융의 경우 재벌과 은행의 출자가 종잣돈이라면 KIVA의 경우 중산층의 소액 기부로 재원을 조성한 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안 원장의 복안대로라면 안철수재단은 많은 수혜자와 많은 기부자를 네트워킹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치적 혹은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안 원장의 한 지인은 "지금이 2월인데, 이제 재단을 만들어서 12월 대선용으로 써먹는 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냐"면서도 "그런데 안 원장은 혹시 그가 정치를 하게 되더라도 재단 설립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툴'로 사고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은 정치를 하기 위해서 이것 저것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 이것 저것을 하기 위해 정치가 유용하겠다고 생각하면 할 수도 있는 인물이라고 파악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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