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YS를 닮았다

[분석] 한나라당이 새누리당 된 날

한나라당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2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생각과 사람에 이름까지 바꾸게 된다면 우리 당은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고 자신했다.

쇄신파의 재창당 요구를 뿌리치면서 "재창당 이상의 쇄신을 이루겠다"던 자신의 공언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다.

박근혜 '생각'이 진짜 바뀌긴 바뀌었나?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름'은 바꾼다지만 '생각'과 '사람'이 바뀌었는 지는 의문이다. '생각'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듯 하다. 하지만 보수 삭제 논란 등에서 한나라당의 기존 지지기반인 강경 보수 진영과 갈등 기미도 보인다. 한나라당의 전반적 좌클릭 현상에 대해 전여옥 의원은 "미쳤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는데,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입이 있어도 다물고 있어서 그렇지 전여옥 의원 혼자만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과거 트레이드 마크였던 '줄·푸·세'가 사라진데 대해 "세상이 바뀌지 않았냐"고 호쾌하게 말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선 완강하게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경제 문제 등에 대한 박 위원장의 생각이 바뀌었는진 모르겠지만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몸이 굳어진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지난 2007년 인혁당 피해자들이 대법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논란이 재개되자 "나에 대한 정치공세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도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것은 민주화를 위해 순수하게 헌신한 분들인데 또 한 부류의 세력이 있고 이들은 친북의 탈을 쓰고 나라의 전복을 기도한 사람"이라며 "이는 분명 잘못된 것 아닌가. 이것이 혼동되면 진심으로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YS닮았다. 인사스타일만…"

진영아 전 공추위원 파동에 대해서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이같은 '완고함'을 원인으로 두는 시각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위원장이 가끔 YS와 빼다박은 듯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면서 "정치적 감이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라 인사에 관해서 특히 비슷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인사에 관해선 '보안'에 과도할 정도로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공식 라인이 아닌 비공식 라인을 통해 추천을 받고 자체 검증을 한 후 명단을 내놓는 식의 인사스타일을 가진 박 위원장은 자신의 발표 이전 하마평등이 언론에 흘러나오면 "신뢰를 깨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여권 관계자는 "검증보다 보안이 중요하다는 인식인데, 나로선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공추위에 후보군으로도 언급되지 않았던 정홍원 변호사가 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이나 진영아 위원 및 다른 위원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2일 오전에도 이같은 논란을 모른 척 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인물을 공천할 수 있는 공추위 구성도 다 마쳤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것. 김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으로 낙점한 인사의 이름이 신문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도 교체를 한 적도 있다. 깜짝카드를 던져놓고 주변 인사들에게 "놀랐제"라고 물어본 것은 유명한 일화다. 보안을 중시하다보면 검증이 소홀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김영삼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됐던 박희태 국회의장이 딸의 대학 부정입학 문제로 조기낙마한 것이 대표적 예다.

진영아 빠지고 미래희망연대 들어왔는데…

여권의 한 인사는 "그래도 YS의 경우엔 잘못된 게 있으면 빨리 인정하고 수습하는 '아쌀'한 맛, 과단성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잘못된 게 나와도 '꿍'하고 있어서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3당 합당으로 '호랑이굴'에 들어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실권을 틀어진 후 민자당의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꿨다. 당명 개정 이후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안상수 등 '정치권 96학번'들을 깜짝 발굴해 총선에서도 승리하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 주위에선 "96년을 벤치마킹하자"는 이야기가 많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한 2일 한나라당에는 진영아 공추위원이 빠졌고 친박연대라는 독특한 당명으로 출범했던 미래희망연대가 들어왔다. '생각'도 바뀌고 '이름'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긴 바뀐 것이다.

잘 되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공이지만, 조금만 삐끗해도 모든 것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지금 여론동향도 그리 좋진 않다. 여권에선 "조금씩 불안감이 높아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