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 부대에 대해 '항일 독립군인가요'라고 되물어 곤욕을 치렀던 정운찬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발끈했다. 정 총리는 9일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제가 며칠 동안 대정부 질의를 지켜봤는데 장학퀴즈 하듯이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라"고 불쾌한 심정을 노골적으로 표했다.
한 의원이 최근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민족문제연구소와 관련해 "연구소의 성격을 규정해달라"는 질문에 정 총리가 "의원님이 가르쳐 주시죠"라며 이같이 받아친 것. 한 의원의 질문 요지는 "민족문제연구소가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 총리는 이어서 "그런식으로 학생 대하듯 질문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며 "제가 총리가 된지 한달도 못 됐는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원은 정 총리의 답변을 듣고 "질문을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 제가 봉숭아학당 학생이냐"고 얼굴을 붉혔다. 한 의원은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정 총리가 답변을 할 때 봤다. '잘 파악하지 못한다', '잘 알고 있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에 왜 있느냐. (임명된 지) 며칠 안 된 장관들도 다 파악하고 나온다. 참나"라고 반박했다.
정 총리는 이후 "언성을 높여서 죄송하다"며 한 의원에게 사과를 했지만 사회를 보던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교수 생활을 오래하고 총장을 오래해서 국회 본회의장을 학생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으로 착각할 때가 있는 것 같다"며 "답변에 신중함을 기해주길 바란다. 의장으로써 경고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높은 땅값 내고 오는 기업도 있을 것"
친박계인 한선교 의원은 정 총리와 세종시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의원이 "세종시법은 국회에서 이미 합의한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지만 정 총리는 "저는 차라리 행정수도를 옮겨갔으면 더 좋았지 반쪽으로 만드는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업 유치와 관련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정 총리의 구상을 비판하는 도중 한 의원이 "어떤 사람에게는 270만원에 (땅을) 팔고 어떤 기업에는 40만원에 무상으로 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지만 정 총리는 "높은 값을 내고 오는 데(기업)도 있을 것"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법의 틀 안에서 자족 기능과 관련해 총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질문에 정 총리는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다"고 거듭 밝히며 "그래서 법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신뢰도 중요한데 장기적으로 봐서 고쳤으면 좋겠다고 하면 고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좋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총리가 세정시 수정 방안을 내던짐으로써, 박근혜 전 대표에게 공이 넘어간 모양새가 됐다. 그런 문제 제기는 박 전 대표를 원칙론자에서 반대론자로, 신뢰와 믿음의 정치인에서 표만 생각하는 정치꾼으로 이미지화하려는 의도"라며 "당은 돌아설 수 없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됐다"고 지적했지만 정 총리는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죄송하다"고만 말했다.
최구식, 김구라 겨냥 "욕설에 대한 제제는 커녕 5억 원 소득 올려"
<조선일보> 출신인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방송인 김구라 씨가 출연한 방송 내용을 상영한 후 "'잣 같은 경우'라는, 이런 욕설을 (방송에서) 하는 경우를 어떻게 보느냐"고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에게 질의했다.
최 의원은 김 씨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출연자는 제재는 커녕 2008년에 5억1500여 만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 씨가 지난해 MBC에서 받은 출연료 액수다.
이와 관련해 유 장관은 "착잡하다"며 "공적 기능을 가진 방송에서 저런 부분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나름대로 여러 형태로 권유도 하고 안도 만들고 있다. MBC, KBS 모두 공영방송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김 씨의 사례와 함께 드라마와 개그 프로그램의 일부 장면을 상영한 후 출석한 장관들에게 소감을 묻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안병만 장관은 "학생들이 본다면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고, 여성부 백희영 장관은 "여성을 비하하거나 폭행을 암시하는 것들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정부가 (규제를) 하기에는 현재 방송구조상, 법제상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자율적 규제가 바람직하지만, 그 자율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데 대해서는 상당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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