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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 폐암 사망자가 2000명?

[안종주의 안전사회] YTN 보도, 근거 없다

라돈 방사성 침대를 사용한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YTN이 라돈 침대에서 10년 정도 생활했다면, 10만 명 가운데 최대 2000명이 폐암으로 추가 사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라돈 침대 사용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힐만하다. 달리 말하면 엄청난 잠재적 국가 재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분석과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가정이 잘못됐기 때문에 추가 폐암 사망 분석 결과 자체가 실제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라돈 침대에서 10년 정도 생활한 사람은 전체 라돈 침대 사용자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방송은 라돈 침대 사용자로 추정되는 10만 명 모두 10년 동안 라돈 침대에서 지낸 것으로 잘못 추정했다.

이뿐만 아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진침대 가운데 단종된 모델을 포함해 27개 모델에서 기준치(관리기준치) 이상의 방사선을 낼 수 있는 라돈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기준치 1밀리시버트를 약간 웃도는 모델에서부터 10배를 넘는 방사선을 내는 모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YTN 보도, 폐암 위험 가정 자체가 비현실적

한데 YTN은 기준치의 10배가 훨씬 넘는 연간 13.74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내는 것으로 조사된 '파워그린슬리퍼'가 지금까지 판매된 라돈 침대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음에도 10만 명 모두가 이 침대에서 10년간 지낸 것으로 가정했다. 가정할 수 없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파워그린슬리퍼는 2014년 잠깐 344대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YTN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전체 라돈 침대 8만7749개의 0.4%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와이티엔은 이 344개를 8만7749개로 둔갑시켰고 사용기간이 최대 4년임에도 10년으로 가정했다.

이런 황당한 가정을 한 탓에 라돈 침대 사용자들의 폐암 추가 사망 위험이 2000명이라는, 너무나도 과장된 분석이 나왔다. 한마디로 무책임한 보도이다. 이는 전문가가 한 것이 아니라 보도한 기자 자신이 가능하지 않은 허위사실을 근거로 위험추정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다.

폐암 추가 위험 정확한 계산 복잡, 그래도 원안위가 해야

아마 이를 보도한 기자도 자신이 한 가정 자체가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위험을 과장 보도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보겠다는 발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라돈 침대 피폭에 따른 정확한 폐암 추가 사망은 계산하기 쉽지 않다. 라돈 침대 모델마다 생산년도와 생산량, 방사선 방출량이 제각각이며, 각 모델별 정확한 사용자의 수와 사용 기간을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어느 누구도 개인별 피폭량과 피폭기간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

YTN의 엉터리 가정과 이를 근거로 한 엉터리 피폭량 계산, 엉터리 추가 폐암 사망 위험 추산보다는 더 사실에 가까운 가정을 바탕으로 하면 폐암 추가 발생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 또한 정확한 가정이 아니어서 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와이티엔보다는 훨씬 더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

미국 등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만일 매년 10밀리시버트에 폭로된다면 비흡연자의 경우 1만 명당 1.25~6.25 명꼴로 초과 폐암 발생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의 경우는 이보다 10배 더 많아진다.

라돈 침대 사용자 최소 100명에서 최대 500명 폐암 위험

이를 라돈 방사성 침대에 대입해 10만 명이 5년간 5밀리시버트에 노출됐다고 가정하고 성인흡연율(25%)을 고려하면 위험도는 (1.25~6.25)×7.5(7만5000명, 비흡연자 수)×5(평균 5년 노출)×0.5(5밀리시버트) + (12.5~62.5)×2.5(2만5000명, 흡연자 수)×5(평균 5년 노출)×0.5(5밀리시버트)=(25~125명, 비흡연자)+(78~390명, 흡연자)이 된다.

다시 말해 라돈 침대 사용으로 인해 피폭된 사용자들 가운데 평생 폐암에 추가로 걸릴 위험에 놓인 사람이 최소 103명에서 최대 515명가량 되는 셈이다. 이를 YTN과 비교하면 무려 4배 가량 차이가 난다. YTN 보도가 4배나 부풀려 계산한 셈이다.

여기서 최근 추가로 나온 단종 3개 모델을 포함한 6개 모델 침대 사용자는 빠져 있어 이보다 추가 폐암 발생 수가 많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델은 대개 3밀리시버트를 넘지 않은데다 그 수도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를 감안해도 추가 폐암 발생 수는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앞에서 전체 10만 명이 모두 연간 5밀리시버트에 노출됐다고 한 가정은 다소 많이 잡은 것이다. 왜냐하면 라돈 방사성 침대 8만7000대 가운데 40%가 넘는 3만6천여 대가 팔린 웨스턴슬리퍼 모델을 사용한 사람의 연간 예상 피폭선량은 1.94밀리시버트이기 때문이다.

라돈 침대 사용자의 폐암 등 건강 영향 서둘러 조사해야

라돈 침대 사용자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폐암 추가 사망이 매우 과장돼 보도된 까닭은 라돈 침대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원안위가 위해성 평가를 서둘러 발표하지 않은데서 비롯했다. 물론 여기에는 위험을 부풀리고 싶은 일부 언론의 조급성과 무책임성도 한몫했다.

지금까지 대형사고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우리 언론이 보여준 나쁜 속성 가운데 하나가 위험을 뻥튀기해 독자나 시청자의 눈길을 끌어온 일그러진 관행이다. YTN도 라돈 침대 위험 평가를 보도하면서 "라돈 침대 피해자에 대한 건강 영향 평가가 시급한 데, 정부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YTN은 전문가의 입을 빌려 "실제 침대 사용자들이 모델별로 구체적으로 얼마나 (피폭을) 받았을까 하는 것을, 소위 상세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정부가 제때 위험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이 온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관심 사안에 대해 대충 평가하거나 마구잡이 뻥튀기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 위험은 결코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대책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하루빨리 라돈 침대 사용자들과 모나자이트를 다룬 노동자에 대한 전체 코호트(Cohort, 통계적으로 동일한 특색이나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 집단) 구축과 이를 바탕으로 폐암 등 장기적 건강 영향, 그리고 건강 피해가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건강 조사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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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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