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개혁과 변화에 앞장서고 싶다는 속내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화 주제였다.
안 원장은 9일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정보통신기술(IT) 기업 구글 본사를 방문해 약 1시간 동안 슈미트 회장과 환담을 나눴다.
통역을 뒀지만 대부분 영어로 직접 슈미트 회장과 대화를 나눈 안 원장은 대화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슈미트 회장의 말을 전달하는 방식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최근 한국 경제와 정책, 사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풀어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구글 사옥에서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과 면담을 갖고 글로벌 IT 환경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 |
"슈미트 회장은 한국이 이제는 저가의 제조업 국가로는 안된다며 지식정보 기반 산업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서 그러려면 혁신이 중요하다고 해서 공감했다"고 말문을 연 안 원장은 "혁신을 하려면, 싹을 자르지 않으려면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도덕적이고 성실한 경우 실수는 용납하면서 기회를 주다보면 실패를 딛고 성공해서 국가나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패자부활전' 문화를 칭찬했다.
이어 안 원장은 대기업과 중소 기업의 상생 문제를 거론했다.
"슈미트 회장에게 물어보니 실리콘 밸리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불공정한 거래를 하는 일은 없다고 하면서 일종의 '문화'라고 말했다"고 소개하면서 정부의 규제나 제도보다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불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인식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화'를 정립하면 특별히 정부가 감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중소 기업의) 자활 능력이 일어나고 중소 벤처 기업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고 그 혁신을 흡수하면 대기업에도 좋은 일이라는 의견을 교환해다고 안 원장은 설명했다.
이어 안 원장은 슈미트 회장과 신자유주의의 폐단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이 '고용없는 성장'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세계화와 기술 발전에 따른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조금만 관심을 두고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또 슈미트 회장이 '에릭 슈미트 패밀리 파운데이션'이라는 자선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재단 설립과 운영에서 노하우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고 소개했다.
안 원장은 그러나 정치적인 행보라는 해석에는 여전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기업 생태계와 고용 창출을 주제로 한 대화를 나눈 것은 학자로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안 원장은 의도적인 질문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 등을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그렇게 옮겨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슈미트 회장과 정치를 화제로 올렸느냐는 질문에도 "나도, 그분도 정치인이 아니라서 정치 얘기는 안했다. 중국과 인도의 미래에 대한 얘기만 나눴을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특히 미국으로 떠나던 날 인천공항에서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정치 참여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던 안 원장은 언론의 과도한 해석에 당혹감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고민을 할 때 고민이라는 단어를 쓴다. 미리 정해놓고 나서 수순을 밟기 위해 고민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게 내 어법"이라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건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해석해달라"고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은 "지금도 고민 중"이라며 여전히 여운을 남겼다.
안 원장은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스탠퍼드 대학과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서울대 교수 채용을 위한 면접을 하고 11일 시애틀로 이동해 세계 최대의 자선 재단을 운영 중인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만나 자선 재단 창설과 운영에 대해 조언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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