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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시작되었고, 우리를 막을 순 없다"

[시민정치시평]<29>2012년의 점령시위

시사 주간지 <타임>은 '시위대(the protester)'를 2011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지만, 그 주인공들의 일부인 월가 점령 시위대는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2011년을 '반역'과 '혁명'의 해로 평가했다. 1월 14일 23년간의 벤 알리 독재 정권을 몰아낸 튀니지 시민 혁명과 함께 시작된 2011년은, 이집트, 예멘, 시리아, 리비아 등의 아랍 세계, 그리스, 아이슬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영국 등의 유럽 각국, 그리고 월가를 위시한 미국 전역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과 빈곤과 억압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전 세계 시민들의 분노가 대규모로 표출된 그야말로 반역과 혁명의 시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저항은 기존의 세계 정치경제 질서가 이제 끝자락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천명한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로 인한 심대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고 또 2012년의 미래 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반역과 저항의 혁명성은 그것이 2008년에 폭발한 신자유주의 근본적 위기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본격적인 행동이라는 점과, 페이스북과 트위터 그리고 유투브 등과 같은 소셜 미디어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매우 급진적인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월가의 범죄, 자본의 이익에 장악된 정부, 그리고 그로 인해 야기된 불평등, 실업, 환경 파괴, 경제 위기의 맞바람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억압에 맞선 투쟁." 이것은 어느 급진주의 좌파 정치 조직의 행동 대의가 아니다. 이것은 2011년 9월 17일 미국 월 스트리트의 주코티 공원을 점령하여 리버티 광장으로 명명한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대의 행동 대의이다. 미국의 50개 주를 포함하여 전 세계 70여 개 국의 1천 개 이상의 도시에서 수십, 수백만 명이 참여한 점령과 노숙 투쟁의 대의이다. 점증하는 양극화, 한 줌의 엘리트만을 위한 정부 정책, 근본적 경제 위기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 오늘날의 체제가 모두 지난 30여 년의 신자유주의 세월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이제 소수 급진 좌파들만의 구호가 아니라 점점 더 세계 수많은 시민들의 상식이 되고 있음을 월 스트리트 점령 시위는 보여주고 있다.

▲신자유주의 점령 시위는 이처럼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치열하고 절박하며 다양하다. ⓒAP=연합뉴스
신자유주의 점령 시위는 이처럼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치열하고 절박하며 다양하다. 2011년 11월 2일 오클랜드 점령 시위대는 1946년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오클랜드 항을 봉쇄하는 총파업을 벌였고 10만 명이 넘는 인원이 가두 행진을 벌였다. 11월 9일 월가 점령 시위대 중 21명은 점령 시위를 전국에 알리고 정치인들을 압박하기 위하여 뉴욕시에서 워싱턴 D. C까지 약 37.2킬로미터의 도보 대장정을 시작하였고, 13일간의 행진 끝에 약 1백 명의 참여자들은 로비스트들의 거리인 워싱턴 D. C 케이 스트리트(K Street)에 도착하였다. 점령 운동은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시티그룹, 아메리카 은행, 제이피모건 체이스, 웰즈 파르고 등과 같은 소위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은행의 계좌를 폐쇄하고 지역 은행과 지역 신용조합에 계좌를 개설하자는 캠페인을 벌였으며, 이 운동은 2011년 10월 한 달에만 65만 명이 참가할 정도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점령 운동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날에 특히 두드러지는 과잉 소비와 과시적 소비를 중단하고, 월마트와 같은 대형 자본의 상점이 아닌 동네의 작은 상점들을 이용하자는 적게 쓰기 운동과 대기업 불매 운동을 조직하기도 하였다. '지역 공동체에 바탕을 둔 자족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관념은 적어도 지난 수십 년 간의 '기업지배사회'를 균열시킬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2011년 초 튀니지와 이집트 혁명의 과정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데이리모션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혁명의 촉매제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듯이, 2011년 5월 스페인의 광장 캠핑 시위와 9월 이후의 미국 월가 점령 시위에서도 이러한 매체들은 운동의 동원과 조직에서 이전의 대중매체를 압도하는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튀니지 혁명의 도화선이 된 과일 노점상 부아지지의 분신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에 전파되었고, 시민의 분노는 확산되었다. 이집트에서는 구글의 지역 임원인 고흐님이 페이스북 페이지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다"에 1월 25일을 '분노의 날'로 잡아 타흐리르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자고 촉구하면서 혁명이 시작되었다. 이들 나라들에서의 혁명에 자극을 받은 스페인 시민들은 5월 15일 "우리는 정치인과 은행가들의 손아귀에 있는 상품이 아니다"는 구호 아래 수도 마드리드를 포함한 전국 58개 도시에서 총 13만 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참가자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광장에 캠프를 치는 이른바 "광장을 차지하라"라는 운동을 시작했고 이를 위한 온라인 조직 'takethesquare.org'를 출범시켰다.

월가 점령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만에 만들어진 "함께 점령하라(occupy together)"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출범 3주일 만에 1백 개 이상의 지역에서 점령이 실행되고 1천 2백 개 이상의 지역에서 점령이 조직되게 만드는 운동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 페이지에는 하루 평균 5-6개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각 게시글에는 평균 1백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린다. 전체 게시글의 70% 이상이 사이트 자체 제작 내용으로 채워지고, 유투브나 라이브스트림 그리고 허핑턴포스트(HuffingtonPost)와 같은 뉴미디어를 링크한 게시글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반면, 엔비시(NBC)나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전통적인 대중매체의 기사가 이 페이지에 링크되는 비율은 전체 게시글의 10%를 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이 페이스북 페이지는 점령 운동 참가자들로 하여금 시위 사진은 플리커라는 사이트를, 동영상은 유투브, 라이브스트림과 같은 사이트를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사이버 공간 속 시위의 확장을 꾀한다. 나아가, 서로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는 참가자들이 서로 대면모임을 갖고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미트업(MeetUp)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요컨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위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점령 운동 참여자들에게 전통적 매스 미디어는 이전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월가 점령 시위대가 자부하는 다양한 목소리의 자발적이고 지도자 없는 운동이 과연 얼마만큼이나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2012년의 점령 운동은 명시적인 운동 지도부는 갖추지 않더라도,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저항의 목표와 방향을 세우고, 신자유주의 기업지배체제를 실질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2011년 우리 사회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과 희망버스 연대 투쟁 그리고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 점령 운동과 소셜 미디어의 결합을 아랍과 유럽 그리고 미국만큼이나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2012년 4월의 국회의원 선거와 12월의 대통령 선거도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한층 더 격렬한 전 세계적인 반역과 저항에 그 흐름과 맥락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통적인 신문과 방송의 영향력을 압도하고 여론 형성의 새로운 혁명적 지평을 제공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방송은 2013년 권력의 향배를 결정하는 실천의 강력한 도구이자 장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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