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키려는 고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CNN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이 북미회담 준비과정에서 역효과를 일으킬 목적으로 언론 인터뷰에서 일부러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분노를 유발할 목적으로 리비아 모델을 언급, 결국 북미정상회담을 좌초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4월 29일 폭스뉴스, CBS방송 등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방식을 설명하며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으로 대표되는 '리비아 모델'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하지만 리비아 모델은 리비아 국가원수였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볼턴 보좌관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 북한은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잇따른 리비아 모델 거론을 비난하며 북미회담 재고려 가능성을 위협하는 담화를 발표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를 전격으로 발표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CNN은 "볼턴 보좌관은 아마도 대화의 전 과정을 날려버리고자 했던 것"이라며 "왜냐하면 결국 (북미대화가)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CNN은 볼턴 보좌관이 "북한이 정정당당하게 대화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낀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느낀 것인지를 두고 소식통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들은 볼턴의 이 같은 시도가 일을 그르치게 하려는 고의적인 것이었다고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또 "(이런 시도는) 대통령뿐 아니라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분노하게 했다"며 "볼턴은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회담준비)과정, 북한 이슈에서 제외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볼턴 보좌관은 최근 북미가 정상회담 개최에 다시 합의하는 등 회담 취소에서 재추진으로 극적 반전되는 과정에서 존재감이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1일 워싱턴DC를 전격 방문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을 때에도 볼턴 보좌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CNN은 전날 또 다른 기사에서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공개 언급한 이후 폼페이오 장관과의 갈등이 폭발 직전의 단계로 치달았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해 김영철과의 백악관 면담에 볼턴이 배석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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