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공모제 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학부모들이 재 발령을 원하는 탄원서를 작성·도교육청에 제출해 화제를 일으켰으나 서명자 수를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공모교장 재 발령 원하는 탄원서 제출
충북 청주시 상당구 A 중학교 학부모들은 지난달 초 오는 8월말로 임기를 끝내고 떠나게 되는 B 교장(52. 여)의 재 발령을 희망하는 탄원서를 작성해 충북도교육청 민원실에 접수했다.
학부모들이 탄원서를 작성해 도교육청에 제출한 것은 교장공모제를 통해 임명된 B 교장이 오는 8월말로 임기를 마치게 되면서 다른 곳으로 전출될 것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이 제출한 탄원서에는 ‘현 B 교장의 계속적인 교육운영 아래 저희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재 발령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탄원 사유를 밝혔다.
이어 ‘현 교장 선생님의 교육활동과 아이들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아이들 등교시 매일 학생들 이름 불러주며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 실천하기’, ‘세계음식의 날을 정해 한 달에 한 번씩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실천하기’, ‘기아체험 실천하기’ 등을 꼽았다.
또한 가장 큰 변화로 ‘현 B 교장의 4년간의 교육활동으로 청주시 학습평가에서 인근 중학교보다 월등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저희 학부모들조차 A 중학교에 배정되는 것을 꺼려했던 그 전과 다르게 A 중학교를 가고 싶은 학교로 이미지를 쇄신시켰다’고 주장했다.
인사기준 무시한 이기주의
그러나 이와 같은 탄원서를 학부모들이 작성해 제출한 것은 현재 공모교장의 경우 재 발령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 인사제도를 위반하는 무리한 요구여서 제도를 무시하면서까지 교장의 재 발령을 요구한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즉 교장공모제를 운영하면서 나타난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면 바람직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특정 교장을 재 발령해달라는 것은 자신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만 좋은 교장 밑에서 교육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어서 도내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좋은 교장을 만나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충북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인사기준에서는 교장은 1개 학교에서 3년 이상을 근무할 수 없고, 청주시내 학교에서는 총 6년 이상을 근무할 수 없도록 돼 있음에도 공모교장의 임기는 4년으로 돼 있어 실력을 인정받은 경우 별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도 재 발령을 내는 경우 최고 8년까지 1개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어 충북도교육청의 인사기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파격적 인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명자 숫자 부풀리기
B 공모교장의 재 발령을 희망하는 탄원서에는 총 349명의 서명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이는 중복된 사람이나 서명이 없는 경우 카운트에서 제외한 나머지 서명자 수의 총합으로 알려졌다.
A 중학교 전교생 수는 현재 647명이어서 349명이라는 서명자 수는 절반 이상의 학부모들이 B 교장의 재 발령을 원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본보 취재결과 많은 서명자가 자신이 작성하지도, 서명하지도 않았는가 하면 졸업생의 학부모까지도 탄원서에 작성·서명한 것으로 나타나 무리하게 서명자 수를 부풀리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탄원서를 회람하고 작성하는 경우 탄원서 양식 상단에 탄원 이유 또는 내용을 표기하고 그 아랫부분에 표를 만들어 서명자가 내용을 파악한 후 본인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작성하고 서명하고 있으나 이번에 제출된 탄원서에는 A₄용지 2장에 탄원 사유를 기록하고 하단과 별도의 용지에 회장, 부회장 등 학교 임원들의 직책과 주소, 성명 등을 미리 인쇄해 놓아 반드시 서명을 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나머지 용지에는 개인의 인적사항을 작성하고 서명하는 표만 작성돼 있고 상단에는 탄원사유가 빠져있어 서명을 한 학부모들이 과연 탄원 내용을 알고 서명을 했는지에 의문이 일고 있다.
또한 같은 주소로 된 학부모 수가 2~3명으로 나타나 학생 1명당 1명의 학부모가 서명을 해야 공평한 서명을 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를 무시하고 서명자 수를 늘리는데만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일부 용지에는 같은 글씨체로 각기 다른 학부모 10여 명의 이름과 주소, 서명까지 한 것으로 파악돼 서명자 수를 늘리기 위해 한 사람이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서명자 명단을 기재한 일부 용지의 뒷면에는 '1-4'라고 쓰인 글씨도 있어 각 학급별로 서명을 받으려고 조직적인 활동을 벌인 흔적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졸업생 학부모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 학교 학부모들이 서명자 숫자를 부풀리려 한 이유에 궁금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탄원서를 처음 제안한 학부모 C 씨는 “저의 가족의 경우 저와 남편 등 4명이 서명했다”며 “숫자를 많게 한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생 학부모에게도 서명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강요를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B 교장은 “현재의 제도에서는 재 발령을 할 수도 없거니와 지금의 상황에서 만일 교육청에서 재 발령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부모들이 탄원서를 작성하는 것을 전혀 몰랐고 교육청에 접수된 뒤에서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반론에 대해 다른 학교의 관리자급들은 "수백명의 학부모들이 여러날에 걸쳐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는 B 교장 스스로가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한 것 "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청의 입장
이번 B 교장에 대한 재 발령 요구에 대해 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인사담당 부서 관계자는 “현재의 제도를 무시하면서까지 B 교장을 재 발령 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청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D 보좌관은 “현재의 제도로는 B 교장을 재 발령 할 수는 없지만 오는 9월 1일 인사에서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말해 다른 의견을 보였다.
이렇게 인사담당 분야 관계자와 보좌관이 각기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도교육청이 오는 6월말까지 ‘인사제도 개혁 TF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육청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새로운 인사제도가 마련돼도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어 당장 오는 9월1일자 인사에는 적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만일 오는 6.13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차기 교육감이 오는 9월1일자로 B 교장에 대한 재 발령을 낸다면 특혜의혹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편 교장공모제는 교사 경력 15년 이상이면 공개 모집을 통해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로 교사의 승진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의견과 공모 과정에서 코드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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