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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비대위, 졸작은 면했지만…

[김종배의 it] 뼛속까지 보수인 '집토끼'를 어찌할까

졸작은 아닌 것 같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근혜 의원이 위촉한 비상대책위원을 보면 눈길이 꽂히는 인물이 적잖다.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불리는 헌법 119조 2항을 입안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들어가 있고,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웠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들어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제 할 말을 다 했던 사람들이다. 기존의 한나라당 색깔과는 다른 인사들이다.

의지는 확실한 것 같다. 박근혜 위원장이 한나라당의 낡은 보수 이미지를 깨겠다는 의지만은 확고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인사들을 비상대책위원으로 위촉할 생각을 했겠는가. 한나라당을 합리적 중도 보수로 좌클릭시키려는 의지가 두터운 것 같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연합

하지만 거기까지다. 의지가 꼭 그만큼의 성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지 따로 결과 따로인 경우도 흔하다. 의지는 환경의 제약을 받는다. 사실상 전권을 위임받은 박근혜 위원장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그 또한 여러 제약요인들을 헤쳐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을 옥죄는 제약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당내에 여전히 깔려있는 보수본색까지 포함하면 세 가지이지만 이는 고려치 말자. 바람보다 먼저 눕는 갈대의 속성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니 당내의 보수본색은 박근혜 위원장이 어느 정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제쳐두자.

박근혜 위원장이 당장 맞닥뜨려야 하는 제약요인은 이명박 정부다. 힘이 빠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1년 넘게 정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색깔이 박근혜 비대위에 스며들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나오지 않았는가. 박근혜 위원장이 도입을 추진하던 '취업활동 수당'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손사래쳤다고 하지 않는가.

이명박 정부의 어깃장은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가 대선 공약을 가다듬는 브레인 집단이라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총선 전까지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하고,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이명박 정부와 정책 협의를 하지 않을 수 없기에 박근혜 비대위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에 천막당사를 칠 때와는 판이 완전히 디른 것이다.

그래도 이건 괜찮다. 여차하면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면 되니까, 이를 통해 자연스레 정책 차별화를 꾀하고 거리두기를 모색하면 되니까 최소한 본전치기는 한다. 제약요인이긴 하지만 못 넘을 벽은 아니다. 더 큰 제약은 따로 있다. 뼛속까지 보수인 유권자층이다.

박근혜 비대위가 한나라당을 좌로 반클릭 이동시키면 이들이 반발한다. 보수의 정체성을 버리고 좌파의 포퓰리즘을 흉내 낸다고 비난한다. 가상상황이 아니다. 실제 있었던 상황이다.

2007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일 때 당심과 민심이 갈렸다. 당심은 박근혜 후보에게 기울었지만 민심은 이명박 후보를 선호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민심은 보수색이 짙은 박근혜 후보보다는 중도 이미지의(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렇게 보였던) 이명박 후보를 미더워했다.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는 데 이명박 후보가 더 낫다고 평가했다. 민심의 이런 평가는 경선 결과에 그대로 투영됐다.

하지만 모두가 이명박 후보의 중도 이미지를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뼛속까지 보수인 유권자층은 이명박 후보를 탐탁치않게 여겼다. 그래서 무소속으로 나온 이회창 후보를 선택했다. 무려 350만 명에 달하는 보수 유권자가 이명박 후보를 등졌다(이들 중에서 박근혜 지지자들을 뺀다 해도 그 숫자는 적잖았다).

대선 때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이들은 강경보수 노선을 주문했고, 어정쩡한 중도 이미지를 걷어낼 것을 다그쳤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공안몰이요 대북봉쇄다.

이들이 태클을 걸면 박근혜 비대위는 흔들린다. 왼쪽에서 진보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오른쪽 측면을 치면 박근혜 비대위는 좌우 연타를 맞는다.

박근혜 위원장이 이에 '맞짱' 뜨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지만 이는 헛된 그림이다.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는 건 최소한 본전치기이기에 부담이 덜 하지만 이들과 '맞짱'을 뜨는 건 최소한 중상이다. 어차피 박빙의 승부를 펼쳐야 하는 대선을 고려한다면 한 표 한 표가 천금 같다.

어떻게 될까? 박근혜 위원장이 이런 점을 고려해 머뭇거리면, 의지와는 다르게 보수 본색이 다시 발동하면 어떻게 될까? 비대위가 잘 굴러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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