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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ㆍ한선교는 왜 압수 수색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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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ㆍ한선교는 왜 압수 수색하지 않나?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47>'특혜' 도청사건, 해 넘기는가

제대로 된 나라라면, 사안이 그토록 엄중한 사건을 미해결로 놓아둔 채 해를 넘기지는 않는다. 더구나 그 사건은 누구의 소행인지 윤곽이 거의 드러나 있는 상태다. 정치권이 됐건 수사기관이 됐건, 의지만 있으면 벌써 해결 되고도 남음이 있는 사건이었다. 오히려 공권력이 앞장서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범인을 감춰주고 있지 않나하는, 수상한 기류까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대표실 도청사건 이야기다.

다른 곳도 아닌 국회의사당에서, 야당 대표실의 비공개 회의내용을, 다른 데도 아닌 이 나라 대표적 언론기관인 공영방송 KBS가 도청한 사건이었다. 보도에 활용하지도 않았다. '회의내용'은 국회의원 손에 들어가, 여당의 정치적 목적에 사용되었다.

언론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민주국가에서 나라를 제대로 떠받쳐주는 중요한 기둥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언론은 마땅히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사적(私的)이익이 아닌, 공공(公共)의 이익을 위해 작동되어야 할 소중한 기능이다. 그래서 사회의 공기(公器)라 했다. 그래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 다고 했다. '도청사건'은 커다란 그 약속을 깔아뭉개고 등을 돌린 사건이었다. 백번 천번 양보해도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는 사건이다.

도청사건은 소중한 민주국가의 가치를 그렇게 짓밟았다는 점에서, 지금 검찰이 수사중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사건과도 궤(軌)를 같이한다. '디도스 공격사건'은 대의제도의 근간을 흔든 선거방해 사건이었다. 결과적으로 도청사건과 함께, 민주국가의 시스템에 비수를 들이댔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진실 규명과정에서 빈틈이나 실수가 용납될 수 없는 성격인데도, 경찰이 수사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이들 사건 모두 명예를 걸고 해결해야 한다.

도청사건은 참으로 황당하다. KBS가 "도청했다"고 시인까지 한 사건이다. 지난 7월11일 KBS 정치부는 <제3자의 도움을 얻어 회의내용을 파악했다… 언론자유 수호와 취재원 보호라는 언론의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제3자의 신원과 역할에 대해 밝히지 않겠다>는 발표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KBS가 '파악'한 것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他人)들 사이의 대화'였다. 바로 도청(盜聽)이었다.

'파악'한 회의내용은 보도에 이용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불법이다. 범죄행위다. '언론자유 수호'나 '취재원 보호'라는 말은 그렇게 막무가내로 쓰는 게 아니다. 언론이 본분을 지키고 사명을 다할 때 하는 이야기다. 통신비밀 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와 불법 도청을 통해 취득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이 도청사건에서 KBS는 주범이다. 존재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있다 치더라도 '제3자'는 '종범'내지 '하수인'이 된다. '도난품'인 '회의내용'은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의 손에서 발견되었다. 말하자면 한의원은 '장물'을 취득한 '장물아비'다. '장물아비'가 들고 있던 '장물'이 KBS가 '파악'한 그 '물건'이 아니라면, 또 다른 '도둑'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그래 보이지도 않는다.

의심을 받고 있는 기자는, 사용 중이던 노트북 PC와 휴대폰을 '절묘하게도' 사건 발생 시점 직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뿐이었다. 경찰청장이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찾기 어렵다"하더니, 필경 무혐의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해 버렸다.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경찰은 지금 "수사권을 달라"고 한다. 면책특권을 외치던 한선교 의원도,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이 지난 3일 한차례 소환했을 뿐이다.

희한한 것은 도청사건이 디도스 공격 사건에 비해, 너무 심한 '특혜'를 누리고 있는 사실이다. 디도스 공격 사건에서는 최구식 의원 방을 뒤진데 이어, 이 나라 국회의장실까지 '임의제출' 형식으로 사실상 압수수색 했다.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검찰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도청사건에서는 KBS나 한선교 의원실 어느 곳도 수색하지 않았다. 수사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잃어버렸다는 휴대폰의 통화기록이나 노트북도, 원칙에 따라 철저히 들여다 본 것 같지 않다.

뒤늦었을망정 그런 것 제대로 해야 할 검찰은, 범인을 밝혀낼 용의라도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민주당도 한 때는 국정조사니 뭐니 으름장을 놓다가, 웬일인지 이내 감감 무소식이다. 이제는 당의 이름까지 바뀐 마당에, 무슨 소리가 더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언론의 바른 길 인도와 바른 언론 육성차원에서 보더라도, 다들 이럴 수는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미 해를 넘겨 '옛날이야기'가 돼버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억장 무너지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민간인 마구 뒤지기'와 '영포라인'과 '국회의원 뒤캐기'와 '대포 폰'과 '청와대', 이런 말들이 '형님'과 박영준씨 주변으로 줄서서 모여 들었으나, MB정권은 사건을 끝내 사정없이 깔아뭉갰다. 도청사건과 디도스 공격사건도, 결국 불법사찰 사건과 함께 그냥 사라져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그렇게 사라져버린다면 아프리카 후진국 아니면, 이 나라 자유당 시절에나 있을 법한 행태들이 된다.

이들 사건은 요즘 '돈 빨래' 사실이 들통나고 있는 '형님 세탁소'의 비리보다, 그 폐해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민주주의 파탄사건이기 때문에 그렇다. 대다수 국민들이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그렇다. MB정권 치하에서, 그렇게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국민들 모르게 묻히고 사라지는 사건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적지 않은 사건들이 흔적도 없이 매장되고 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최근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MB정권의 그런 속사정을 일부분이나마 짐작케 하는 '사고'를 쳤다. '총장으로 있을 때 이국철 SLS회장과 만난 사실'을 해명하던 자리였다. "만난 것 가지고 비난 받아야 할 일처럼 하면" "내가 열 받아서 다 까버리면 국정운영이 안된다"했다. 누가 봐도 이건 대통령에 대한 협박이다. 국정운영은 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나 건드리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무슨 폭력배들의 소굴에 온 듯한 느낌까지 준다.

사람들이 처음엔 김 전 총장에 대해 혀를 찼으나, 나중엔 MB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까면 국정운영이 안 될 만한' 엄청난 비리가(들이) 있다는 이야기라 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우리가 청와대에 모셔두고 있다는 소리 아니냐"고 핏대를 세우는 사람도 있다.

MB가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 했듯이, 김준규 전 검찰총장도 '스폰서 검사 파동'으로 온통 난리를 칠 때 "검찰보다 더 깨끗한 조직이 어디 있는가"라고 강변한 사람이었다. 참으로 혼란스럽다. 이런 나라의 이런 정권아래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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