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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는 양승태만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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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는 양승태만 있는 게 아니다

[기고] 법원의 개혁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수장으로 있던 시절의 대한민국 사법부는 얼마나 망가졌던 것일까? 일명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시작된 대법원 특별조사 결과가 점입가경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특조단의 3차 조사 결과의 골자는 양승태가 사법부의 수장으로 있던 시기 양승태 등의 숙원 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을 지렛대로 삼아 박근혜 정권과 거래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문서도 발견됐다 한다.(관련기사 : 법에 짓밟힌 KTX 승무원들 이야기)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청와대(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이라는 문건에는 '국가적,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 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우선, 그동안 사법부가 VIP(박근혜 대통령)와 BH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해온 사례를 상세히 설명' 등이 서술돼 있다. 이는 '법치주의의 수호자'이자 '인권의 보루'역할을 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닌 법원이 그 의무를 송두리째 내던친 채 정권과 야합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에는 '우선, 그동안 사법부가 VIP(박근혜 대통령)와 BH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해온 사례'들이 아래와 같이 자랑스럽게(?)열거됐다.

①합리적 범위 내에서의 과거사 정립(국가배상 제한 등) ②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 판결(이석기, 원세훈, 김기종 사건 등) ③국가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통상임금, 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 키코 사건 등) ④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KTX 승무원, 정리해고, 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 ⑤교육 개혁에 초석이 될 수 있는 판결(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VIP와 BH에 힘을 보태 옴

양승태 대법원은 단지 '사법권의 독립'이나 '공정하게 재판받을 국민의 권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파괴한 것이 아니다. 양승태 대법원은 수 많은 재판을 통해 무수히 많은 시민들의 생명과 존엄과 평안과 재산을 위협하고, 능멸하고, 해쳤다. 양승태 대법원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유일한 주권자인 국민의 존엄을 짓밟았다. 양승태 대법원은 사법부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잘못을 저지른 것인데, 오직 박정희 유신 시절에 자행됐던 인혁당 사법살인 정도가 양승태 대법원의 잘못에 비견 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사법부 내에 양승태와 양승태 체제에 복무한 부역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에 자행된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사건에 대해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사죄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최기상 부장판사 같은 경우 양승태 등의 법비(法匪)들이 자행한 사법권 독립 유린 사건의 심각성을 정확히 직시하고, 사법부의 존재근거와 이유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관대표회의 의장 사과... "사법부 스스로 존재 근거 붕괴")

최 부장판사가 30일 법원 내부전산망에 게시한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해 드리는 말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더욱이 위 사건들은 재판을 받은 당사자의 삶을 비극으로 바꾸어 놓기도 하였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KTX 승무원 사건의 원고 중 한 분은 패소 판결을 받은 후 절망감과 빚 부담으로 힘들어하다가 직접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때 3살이던 고인의 딸은 이제 6살이 되었고,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엄마를 찾는다고 합니다. 도대체 누가 고인의 극단적인 선택과 어린 딸의 엄마 없는 삶을 보상할 수 있을까요."라는 대목이다. 양승태 대법원에 의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당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법 피해자와 그 피해자의 딸을 향한 최 부장판사의 시선은 절절하고 애틋하다. 양승태 등 법비들이 주권자인 국민을 내려다보던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의장인 최기상 부장판사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한 상고법원 신설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양승태 대법원으로부터 사찰을 당한 차성안 판사 같은 이도 눈에 띈다. 차 판사는 양승태에 대해 형사고발을 할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천명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뒷조사 당한 현직 판사 “양승태 대법원 형사고발” 공개 선언···전국 확산 주목)

지금 대한민국의 주권자들이 해야 할 일은 김명수 대법원을 강하게 감시하고 압박해 양승태 등이 저지른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나고 양승태 등이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과 함께 법원 내에 존재하는 개혁세력들에게 힘을 실어주어 사법을 국민의 사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칫 사법 전체를 적으로 간주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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