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발표한 김 위원장 사망 시점에) 김정일 전용 열차가 평양 용성역에 서 있었다. 김 위원장이 어디에 가려고 (열차에) 탄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원장의 설명은 "현지 지도 도중 달리는 야전 열차 안에서 과로로 사망했다"는 북한의 발표 내용과 다르다. 원 원장은 관련해 "북한 발표를 그대로 믿기는 애매한 대목이 있고 확인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21일 "국정원장이 어제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내가 불장난하지 말고 (그 말에) 책임지라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공식 발표 내용에 의혹을 제기함과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원 원장이 직접 흘리고 다닌다는 얘기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 강경 매파 의원들, 소위 수구 꼴통 의원들이 질문하면 원 원장이 답변하는 식으로 이상한 정보를 흘리고, 그 의원들이 또 (보수) 언론에 흘린다"고 주장했다.
원 원장은 "김 위원장의 사망 시점이 북한 발표대로 17일이 아니라 16일 저녁이라는 의혹이 있다"는 한나라당 강경파 의원들의 질의에 "확답해 줄 수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등 애매한 화법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원세훈 국정원장 ⓒ연합 |
최 의원은 열차가 서 있었다고 주장한 원세훈 원장이 근거로 내세운 위성 사진에 대해 "연동된 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몇 시간 동안 몇 장을 연달아 판독한 것인지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원 원장은 열차 문제 에 대해 일단 우선 입증해야 하고 입증한다 해도 책임져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역사적 죄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의원은 "결국 국정원에서 새 나가라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던진 것이다. 이런 식의 정보 장난질은 용납할 수 없다. 김정일 사망 장소에 다른 사람도 있었다고 하는데 확인도 안 되는걸 언론은 또 받아쓴다. 그런데 이것은 그야말로 사전에 김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도 몰랐던 원 원장의 자기 면피용이며 불장난이다. 용서할 수가 없다. 사안의 진위 여부도 밝혀야 하지만 이런 행위 자체도 역적 같은 행위"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 고위관리는 (익명을 걸고) 함경도 어디에서 사망했다고 하던데, 북에서 이걸 보고 뭐라하겠나. 쉬운 말로 초상집에 불 지르는 격인데 계속 남북대결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원 원장과 한나라당 일부 강경파 의원의 문제가 아니라, 현 정부의 대북 강경 세력이 이같은 '정보 장난질'을 주무르고 있는 것 같다. 국가가 풍전등화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국정원이 장난질을 하느냐"고 말했다.
관련해 민주통합당 오종식 대변인은 "북한이 19일 오전 10시에 특별방송을 예고하고서도 낮12시까지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 사실을 몰랐다는 국정원이 무슨 증거를 가지고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이런 시기에 북한의 공식 발표를 명확한 증거도 없이 부정하고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국정원의 정보력 먹통 상태만큼이나 심각한 외교력 공백의 현실을 초래한 외교 안보 라인의 책임을 분명하게 집어 따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안보위기 상황에 총체적 무능과 국민 불안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외교 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할 것을 이명박 대통령께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대중 외교 붕괴? MB측근 류우익, 주중대사 시절 뭐했나"
오 대변인은 대중 외교 실패를 질타하며 "더욱이 주변 주요국과 긴급하게 향후대책을 논의해야함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과 전화 통화조차 못하고 이틀째 전화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니 참담하기까지 하다"며 우리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대중 외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권에서는 "중국대사 출신 통일부장관은 도데체 뭐하고 있느냐"고 답답해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이자 주중대사 출신인 류우익 통일부장관을 내세웠지만, 대중 외교는 여전히 안개 속이기 때문이다.
류 장관이 주중대사를 지냈을 당시 중국 외교가에서는 류 장관의 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류 대사 재직 시절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이 터졌다는 점이다. 또 천안함 사태로 중국과 긴밀한 공조를 취해야 할 시점에 중국을 떠나 상당 기간 워싱턴을 방문했고, 심지어 한국에 들어와 강연까지 해 물의를 빚었다.
류 장관은 천안함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실명을 걸고 '북 개입설'을 단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주중대사의 이같은 행동은 중국의 심기를 매우 불쾌하게 했다는 게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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