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불법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필명 드루킹) 씨 일행으로부터 2016년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00만 원을 '간담회 사례비' 명목으로 받았던 것으로 21일 드러났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아침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송인배 부속비서관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종합해 보고드렸다"며 "문 대통령은 보고받으시고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라고 말씀하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송인배 비서관에 대해 내사를 벌인 뒤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민정수석실의 결정을 믿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송인배 비서관은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 2016년 6월부터 2017년 2월까지 4차례 초대를 받았다. 2016년 6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당선된 뒤, 경공모 회원들과 김경수 의원 사무실이 있는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송 비서관은 모임이 끝난 뒤 100만 원을 받았다. 송 비서관은 2016년 11월에도 드루킹의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에서 경공모 회원들을 만난 다음 100만 원을 받았다.
돈을 받은 이유에 대해 송 비서관은 "경공모 회원들이 '정치인을 부르면 소정의 사례비를 지급한다'고 해서 사양하다가 받았다"고 진술했다. 송 비서관은 11월에 또다시 100만 원을 받은 뒤, "이제 사례비를 주지 않더라도 필요하면 간담회에 응하겠다"고 해서 그 뒤 두 차례 더 경공모 회원들을 만났다. 4차례 걸쳐 이뤄진 간담회 주제는 '소액주주 운동', '경제 민주화', '당시 정치 상황이나 전망' 등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김경수 의원이 4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드루킹과의 관계를 공개하자, 송인배 비서관은 자진해서 민정수석실에 드루킹과의 관계를 알렸다. 민정수석실은 4월 20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송 비서관을 대면 조사했지만,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고 내사를 자체 종결했다. 민정수석실은 '자체 내사 종결' 내용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보고했고, 임종석 실장은 이 사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김의겸 대변인은 200만 원의 간담회 사례비에 대해 문제 제기하지 않고 내사를 종결한 이유에 대해 "정치인들이 이런 간담회를 할 때 받는 금액의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또 "송 비서관이 김경수 의원을 드루킹에게 연결해준 것만으로는 문제가 없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 드루킹과 연락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송인배 비서관은 드루킹의 불법적인 '댓글 조작'을 사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 "몰랐다"고 민정수석실에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대변인은 "송 비서관이 드루킹과 매크로 같은 것에 대해 상의하지도 않았고, 시연을 본 적도 없다"며 "단지 경공모 회원들을 만날 때 '좋은 글이 있으면 회원들 사이에서 많이 공유하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의 말은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송인배 비서관이 휴대전화를 바꾸는 바람에 드루킹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송인배 비서관은 과거 몇 차례 텔레그램 메시지를 드루킹과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기사 링크는 아니고 정세 분석과 관련한 글이나 드루킹이 블로그에 실었던 글을 드루킹이 읽어보라고 자신에게 몇 차례 전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드루킹 특검'이 만약 송인배 비서관을 조사한다면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특검법이 통과된 만큼, 특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조사할 것이고, 조사한다면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드루킹이 추천한 인사가 청와대에 근무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철성 경찰청장은 송인배 비서관이 드루킹과 접촉한 사실에 대해 "저는 (사전에) 몰랐다"고 밝혔다. "몰랐다면 부실 수사고, 알았다면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 이철성 청장은 "부실 수사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몰랐다"고 답했다.
민정수석실이 경찰에 송인배 비서관이 드루킹을 접촉한 사실을 공유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의겸 대변인은 "경찰 쪽에 알려줬는지 자체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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