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표면화된 가운데, 정부는 남북 채널과 외교 채널을 총가동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상황 관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나와 북한의 남북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 미국을 향한 반발로 가팔라진 남북 관계와 북미 협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정부 방침을 설명했다.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 통보와 관련해 조명균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남북 채널을 통해서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이어 북한이 회담 연기를 통보한 배경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나름대로 상황 관리를 하려는 것 같다"면서 "이는 판문점 선언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조속한 시일 내에 고위급 회담을 희망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또 북한의 조치가 23~25일 사이로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일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선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고위급 회담 연기 사유로 꼽은 한미 연합훈련 '맥스선더'가 25일 종료될 예정이어서 그 전에 북한이 회담 재개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고위급 회담이 지연되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15 남북 공동행사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 장관은 "시급한 6.15 남북 공동행사 개최 준비에 주력하겠다"며 "판문점 선언 이행 및 남북관계 발전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행사 프로그램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이날 청와대와 국정원 등 관계부처와 함께 6.15 남북공동행사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조 장관은 또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판문점 선언 발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가 동의하면 대통령이 비준해 공포하는 순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는 게 조 장관의 설명이다.
강경화 "남북 '핫라인' 통화 적절한 계기 보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최근 북미 간 신경전과 관련해 "긍정적 움직임도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입장차도 있다"며 "북미가 서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그는 "미국 측은 과감한 조치 후 단기간 내 비핵화 이행을 부각시키는 반면 북측은 비핵화를 위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 핵위협 제거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다만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된 만큼, 특정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회담 성공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이어 북미간 추가 접촉이 예상된다"고 했다.
강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한 5~6월은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결정적 시기인 만큼 전방위적인 외교적 노력을 하겠다"며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서 한미 간에 사전 조율을 통해 북미가 현실적인 접점을 마련하도록 한미 양국이 머리를 맞대고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이를 위해 "한미 정상회담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미 회담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우호적 여건 조성을 위한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며 "한미 양측에서 긍정적인 대외 메시지가 발신되도록 조율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경 발언으로 북한의 반발을 산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정상이 '핫라인' 통화를 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의 질의에 "동감한다. 적절한 계기를 청와대와 북측이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대해선 "주한미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평화, 안전의 근본"이라며 "동북아 안보 질서의 과격한 변화가 없는 한 철수는 섣불리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속했다.
이밖에 강 장관은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근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면서 "CVID가 곧 영구적 결과가 되는 것"이라며 용어 사용에 따른 논란을 진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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