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현상이다. 텍스트 콘텐츠를 동영상으로 전환하는 데는 돈이 들지만, 동영상 콘텐츠를 텍스트 콘텐츠로 전환하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꺼리'가 되는 기사를 방송에 먼저 내보낸 후 신문에서 재활용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국민스포츠에서도 '일타쌍피'를 염원하고, IT업계에서도 '원소스 멀티유스'를 지향하지 않는가. 그게 경영의 논리다.
옳건 그르건 이 현상은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 신문 편집국과 방송 보도국을 한 데 아우르는 '통합뉴스룸' 체제를 구축한 상태이니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현상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여론시장은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종편 개국 기념쇼. ⓒ연합 |
신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편의 뉴스를 재활용한다고 해서 조중동 신문의 위상이 종속매체로 격하된다고 보는 건 단견이다. 조중동이 종편을 띄웠다고는 하지만 사내 헤게모니는 여전히 신문 편집국에 있다.
수직적 분업구조가 아니라 수평적 분업구조로 나갈 공산이 크다. 조중동 신문이 종편의 뉴스를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역할분담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파고드는 경향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사실보도가 아닌 해설 및 논평의 강화로 기울어질 공산이 크다.
전조는 이미 나타났다. 조중동이 '뉴스분석'이란 타이틀을 단 해설·분석기사를 1면에 전진배치한 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광속의 시대다. 뉴스의 유통이 '일간지'를 넘어 '초간지' 형태로 광속화 되는 시대다. 게다가 개방된 시대다. 미디어 홍수 현상을 빚으면서 '특종꺼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속보경쟁도, 특종경쟁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뉴스분석'은 이런 흐름 속에서 나왔다. 스트레이트 기사 갖고 '장사'하기가 쉽지 않은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찾은 돌파구였다.
해설·분석 기사를 전진배치하고 나선 데에는 미디어 환경 외에 여론 환경이라는 또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 스트레이트 기사가 오로지 사실 그 자체로만 유통되고 소비되는 시대가 아니다. 인터넷 댓글이나 트위터 멘션을 통해 평이 달리고 의견이 버무려지면서 유통되고 소비되는 시대다. 사실의 경쟁에 시각의 경쟁이 추가된 시대로 바뀐 것이다. 이런 시대에 해설 및 논평은 액세서리 콘텐츠가 아니라 킬러 콘텐츠가 된다.
겹쳐버렸다. 조중동을 둘러싸고 있는 시대환경에 종편이란 요인이 추가로 붙었다. 키워야 하는 종편, 신문 독자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해야 하는 종편에 알짜배기 '꺼리'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중동 신문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이 해설과 논평의 강화다. 더 간단히 말하면 이슈 파이팅의 강화다.
조건은 좋다. 종편의 지원을 받으면 전개하는 이슈 파이팅이기에 '약발'을 키울 수 있다. 종편의 동영상 뉴스를 통해 국민의 감성을 자극한 다음에 논리를 펼치는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말발'을 키울 수 있다.
다른 신문이 '싱글매치'로 나서는 데 반해 조중동은 '태그매치'로 나서는 격이기에 효과를 키울 수 있다. 종편이 '헤드락'을 걸어 혼을 빼놓은 다음에 신문이 '박치기'를 하는 격이기에 다른 신문보다 더 유리하게 이슈를 장악할 수 있고, 판을 이끌 수 있다.
상관없다. 조중동이 강화할 해설 및 논평이 정도에 기반하고 정합성을 갖춘 것이라면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문제가 된다. 진영의 시각을 앞세우고 한편의 논리를 대변하면 큰 문제가 된다. 가뜩이나 심각한 언론의 정파성을 더욱 강화한다. 언론의 데마고그화, 그리고 이데올로그화를 가속화한다.
물론 종편이 안착해서 공중파와 비견될 만큼의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선결조건부터 해결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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