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이 박근혜 의원과의 양자 구도와 다자 구도 모두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오자 이렇게 주장했단다.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그가 척박하고 지저분한 정치권에 발을 디디지 않은 채 좋은 이미지만 부각시켰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강변했단다.
친박계의 주장에 일말의 진실이 없는 건 아니다. 안철수 원장은 대선 출마 선언은 고사하고 정치 입문 선언도 안 한 사람, 따라서 제대로 된 검증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옛말을 고려하면 안철수 원장이 검증대에 서는 순간 지지율이 어느 정도 빠질 수 있다는 가정을 마냥 배척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건 두고 볼 일이다. 안철수 원장이 실제로 출마 선언을 하는지, 검증 결과 뭐가 나오는지를 보고 평해도 늦지 않은 일이다. 두고 볼 시간은 차고 넘친다.
▲ 박근혜 의원과 안철수 원장 ⓒ뉴시스 |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과거를 둘러보는 일이다. 안철수 원장이 아니라 박근혜 의원의 행적을 되짚는 일이다.
별로 다르지가 않다. 친박계가 주장한 안철수 원장의 행적과 박근혜 의원의 그것이 별반 다르지가 않다.
세상이 다 안다. 박근혜 의원의 행적은 '묵언'이었다. 국가대사를 앞에 놓고 '묵언'으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한 마디씩 걸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 내용이 영 신통치 않았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 벌어졌을 때는 '양다리' 화법을 썼고,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문제가 터졌을 때는 '뒷북치기' 화법을 내밀었다. 그나마 똑부러지게 얘기한 건 세종시 수정안 문제와 한미FTA 비준안 문제에서였는데 이것은 정치적 계산과 직결돼 있었다. 세종시 수정안은 지지세 전국화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충청 민심을 의식한 것이었고, 한미FTA는 찬성 여론이 높은 고정 지지층을 고려한 것이었다.
멀리 살필 필요도 없다. 바로 어제 열렸던 한나라당의 쇄신 연찬회만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의원이 박근혜 의원의 '조기등판'을 요구했으나 친박계 의원들이 나서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 체제로 당을 정비한 뒤 총선을 치렀는데도 패배하면 박근혜 의원이 입는 정치적 타격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실상이 이렇다. 안철수 원장이 조기 출마를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의원도 조기 등판을 하지 않는다. 안철수 원장이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이라면 박근혜 의원도 정치적 계산을 한다. 안철수 원장이 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의원도 필요한 말만 골라서 한다.
다르지가 않다. 박근혜 의원도 떠돈다. 진창에 발을 담그지 않고 고공에서 유유자적 날아다닌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령행적'의 원조가 박근혜 의원이고 안철수 원장은 그걸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차이 밖에 없다.
실상이 이런데도 '유령 대 사람' 싸움 운운하는 건 낯간지럽다. 적반하장에 가까운 주장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대뜸 튀어나온다. 친절한 금자 씨가 한 말이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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