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 공군 훈련에 불만을 표시하며 16일로 예정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이 보내온 전통문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오늘 새벽에 발생한 상황에 대해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들이 통일, 외교, 국방 관련 부처들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긴밀히 논의했다"며 "일차적으로 현재로서는 일단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북측은 오늘 0시 30분께 리선권 단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우리 측의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 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전날인 15일 오전 9시께 판문점을 통해 고위급 회담일을 16일로 제안한 지 15시간 만에 갑자기 취소하고 나선 것이다.
맥스선더 훈련은 이달 11∼25일 한미 공군이 실시하는 연례적 연합 훈련으로, F-22 스텔스 전투기 8대, F-15K 전투기 등 100여 대의 양국 공군 전력이 참가한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한국에 전개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는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다.
미국의 '비핵화 문턱 높이기'에 대한 항의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맥스선더 훈련은 이미 예정돼 있던 것으로 북한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암묵적으로 양해해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F-22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 무기들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저희가 입장을 낼 수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북한이 맥스선더 훈련을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4.27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은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적대 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에서는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고, 그 사안(맥스선더 훈련)이 판문점 선언 정신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상호 신뢰에 기반한 군사적 긴장 완화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고 장성급 군사 회담과 장관급 회담 등이 예정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사적 긴장 완화에 대해 일단 고위급 회담에서 만나서 대화하자는 것이다.
청와대는 현재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핫라인으로 한미 훈련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할 계획도 아직 없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 방침에 대해 이날 오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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