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참가자가 20만 명이 넘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몰카 범죄, 데이트 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며 이들 범죄에 대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을 보면 가정 폭력을 신고하면 곧바로 접근 금지하며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한 뒤, 사실이 확인되면 엄하게 처벌한다. 이런 식으로 성차별적 사회를 바꿔나가자. 우리도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성폭력 범죄가 일상화된 이유에 대해 "우리 수사 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고 진단하며 "수사기관들이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옛날에 살인, 강도, 밀수나 방화 같은 강력 범죄가 있었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몰카 범죄 등도 중대하다"며 "과거에는 있을 수 있는 범죄로 보거나 관념이 약했기 때문에 처벌의 강도가 낮았는데, 그런 사건을 다루는 관점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 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 청원에는 5일 만인 15일 오전 10시 40분 기준으로 33만6926명이 동참했다.
이 청원은 여성이 피해자인 몰카 범죄를 다루는 경찰의 대응 방식이 최근 논란이 된 '홍대 남성 누드 모델 몰카 피해 범죄'를 다루는 방식보다 성차별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홍대 몰카 사건'이란 남성 누드 모델의 나체 사진이 인터넷 사이트 '워마드' 등에 급속히 퍼져나가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건이다.
해당 청원자는 여성이 '몰카' 피해자인 경우는 전체의 90%에 달하지만, 가해자가 잡혀도 집행 유예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치고, 오히려 피해 여성들이 2차 가해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2017년 11월 공개한 경찰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불법 촬영 검거자 중 남성은 98%(1만5662명)였고, 여성은 2%(359명)였다. 반면 불법 촬영 범죄 피해자 2만6654명 중 여성은 84%(2만2402명)였고, 남성은 2.3%(600명), 성별을 확실히 알 수 없는 불상은 13.7%(3652명)였다.
그렇지만 법원은 '몰카' 범죄에 대해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2017년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카메라 등 이용 촬영(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이들 가운데 10명 중 9명(86%)은 1심에서 벌금형이나 집행 유예 등으로 풀려났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도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대 누드크로키 모델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이라서 수사가 빨리 진행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라며 "경찰이 이번 사건을 빠르게 수사했듯이 여성 피해자에 대한 수사도 공정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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