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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의 시정개발연구원장은 누구?"

[참여사회연구소 시민정치시평]<13> '전무후유(前無後有)'한 시장을 꿈꾼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엄청난 열정과 다채로운 경험, 몸에 배인 겸손함과 성실함을 한꺼번에 갖춘 시장을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는 '경청(敬聽)'을 강조한다. 대화를 하거나 회의를 할 때,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얘기를 메모하고, 들으려 한다. 시장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포스트잇엔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최소한 내가 알고 있는) 박원순 시장은 그 포스트잇 하나하나를 다 읽어 보고, 아이디어를 구하고, 또 그들에게 답하고자 잠을 줄일 인물이다. 이러한 태도는 철학과 가치관, 이념과 성정, 관계, 자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래서 그는 분명 '전무후무'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전부일까? 그가 '전무후유(前無後有)'한 시장이 될 수는 없을까? 그러기 위해선 제도와 시스템의 개혁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박원순 시장의 또 다른 책무이자 성과여야 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선 일성으로 "시민이 권력을 이겼다"고 했고, 취임식에서 "시민이 시장"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시민의 참여와 시장의 열정만이 아니라, 공무원과 시의회 역시 시민정치를 구성하는 요소이므로 '비빔밥 협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이질적 요소들을 '이어주는 끈'과 '담아내는 틀'은 무엇일까? 박원순 서울시장 자신이 가장 튼튼한 '끈'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의 파격적이고 열정적인 '현장체험'과 '민생행보'가 연일 언론에 보도된다. 온라인와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그의 행보를 접할 수 있다. 내년 예산안을 직접 설명하고, 온라인 취임식을 스스로 진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밤늦은 트윗질에 시민들은 시장과 직접 대화하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하였다. '새로운 시장'에게서 서울시민들은 '새로운 정치'의 맛과 멋을 느끼기 시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 예산안을 직접 설명하고, 온라인 취임식을 스스로 진행했다. ⓒ서울시
하지만 새로운 정치란 주체, 관행, 형식, 내용, 그리고 정책 모두를 바꾸어 가는 과정이다. 지도자의 파격과 열정, 능력에 열광하는 것이 전부일 수 없다. 강력한 의지와 뛰어난 역량을 갖춘 지도자일수록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유혹을 느끼기 쉽고, 대중들은 그런 지도자에게 열광하면서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는데 문제가 있다. 대중들은 자신의 요구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길 바라면서 지도자와의 직접 소통을 갈망한다. 지도자는 대중의 열망에 즉각 응답하고자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당연히 더 많다. 지도자의 결단과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라면 그것에 상응하는 틀이 당연히 필요하다. '협치(governance)'는 이런 맥락 속에서 발전해 온 정치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이다. 그것은 목표이자 수단이며, 추상적 가치이자 구체적 제도이다. 박원순 시장이 제안한 '비빔밥 협치' 역시 지극히 이질적인, 때로는 대립적인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얼굴을 맞대고 다툴 수 있는 구체적 형태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과 시민들의 '마음으로부터의 협조'를 이끌어 내려는 박 시장의 파격적 행보에 비해, 시민사회와의 '제도화된 협력'을 달성하기 위한 시도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서울시정의 '새로운 틀'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호한 채, '박원순'이라는 끈만 붙잡고 뒤따르는 모습이다.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새로운 틀을 만들고 있다.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논의를 위한 '희망 서울 정책자문단'이 구성되었고, 서울시 중·장기 비전을 다루는 '희망 서울 정책자문위원회'도 출범했다. 이 위원회에는 학계와 각 분야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47명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7명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총괄, 복지·여성, 경제·일자리, 도시·주택, 안전·교통, 문화·환경, 행정·재정 총 7개 분과로 나뉘어져 있고,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단과 자문위원회 출범에 즈음하여 보수언론들은 시민단체 출신, 좌파 성향 위원들이 많다는 기사를 계속 내보냈다. 기사에선 익명의 서울시 공무원들의 '우려'와 '불만'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들의 집요한 '김빼기'와 '흔들기'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듯하다. 자문위원회는 2개월짜리 한시기구에 불과하며, 낮은 수준의 '제도화된 협력'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들과 공무원들도 참여하여 '갑론을박'할 것이라지만, 아무리 계산해도 두 달은 너무 짧고, 과제는 너무 중하다.

이런 맥락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야3당과 시민사회대표들이 선거과정에서 합의했던 '서울시정운영협의회' 설치에 주목하게 된다. 당시 합의 내용은 협의회를 시장 직속으로 설치하는 조례화를 추진하고, 담당부서를 두며 '10대 핵심 정책과제' 실천 추진 기구를 둔다는 것이었다. 정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합의한 '공동시정운영'은 '협치'에 있어 비교적 높은 차원의 목표이다. 그것에 상응하는 틀로 '시정운영협의회'가 경상남도나 인천시 등에서 이미 실험되고 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시민적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그것에 힘입어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기에 시정운영협의회는 '새로운 정치'를 실험하고, 실현하는 '협력과 혁신의 틀'이 될 수 있다. 지난 17일 이를 준비하기 위한 워크숍이 열렸고, 내년 2월 출범을 계획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서울시정운영협의회 역시 '자문기구'의 위상을 부여받되, 다른 지역 사례에 준하여 정무부시장이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근거조례를 제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듯하다.

시정운영협의회가 가시화되면 보수 언론들은 또 다시 '흔들기'와 '김빼기'를 시도할 것이다. 그 구성과 역할, 위상 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물러설 이유도, 여유도 없다. 새로운 시정운영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새로운 정치'의 핵심 목표이자, 성과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자신은 물론, 합의에 참여했던 정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서울시민들은 이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정운영협의회가 공무원들이 준비하는 자료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수준의 회의체계를 넘어서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설령 '자문기구'라는 제도적 위상이 같다 하더라도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따라 시정운영협의회의 역할과 의미는 달라진다. 협의회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범위와 태도만이 문제가 아니라, 협의회에 대한 제도적 지원체계 또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풍부한 자원과 경험이 시정운영협의회에 유기적으로 결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시정개발연구원은 한해 예산이 200억 원을 넘고, 70여 명의 박사급 연구 인력을 둔 대형 싱크탱크이다. 하지만 그동안 시정개발연구원은 '독립성'과 '독창성', '현장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시장이나 시 공무원들을 위한 싱크탱크였긴 했지만, '시민의 싱크탱크'로써의 역할은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시정개발연구원이 시정운영협의회와의 협력에 충실히 임할 수 있다면, '시민의 싱크탱크'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갖게 될 것이다. 동시에 시정운영협의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정당과 시민단체, 독립 민간 싱크탱크, 그리고 일반 시민들은, 자원과 능력을 갖춘 전문연구인력의 지원을 통해 공무원 중심의 정책 생산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서울시정'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실험을 보다 넓은 범위의 정치주체들이 경험하고, 성과를 얻게 된다. 따라서 현재 공석인 시정개발연구원장에 누가 선임되는가가 당장 중요하다. 그(녀)는 시장과의 신뢰 관계, 연구원에 대한 뚜렷한 비전, 시민(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의 균형을 갖춘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정운영협의회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 개혁을 거치는 동안, '전무후유'한 서울시장을 갖고 싶다는 꿈도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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