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언론은 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안철수 원장을 바라본다. 법륜 스님과 윤여준 전 장관 모두 안철수 원장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에 주목해 두 사람이 말하는 제3신당이 안철수 신당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뉴시스 |
당연한 얘기 같다.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해놓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 같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조직이 필요하다. 나아가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라도 하면 더더욱 국정을 뒷받침할 조직이 필요하다. 조직을 만들려면 내년 4월 총선을 거쳐야 한다. 내년 총선에 제3신당 후보를 내세워 독자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윤여준 전 장관은 "마지노선은 내년 2월초 정도"라고 못박는다.
다른 측면에서 봐도 당연한 얘기 같다. 안철수 원장이 기존 야권에 합류해버리는 순간 그의 중도 이미지가 퇴색하면서 바람이 빠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상기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 같다. 윤여준 전 장관의 말처럼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와 불신이 극에 달했다"면, 안철수 바람이 이런 바탕 위에서 분 것이라면 길을 따로 잡아야 한다. '합류'가 아니라 '나홀로'를 선택해야 한다.
한데 납득하기 어렵다. 현실을 조금만 둘러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명박 후보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던 2007년 대선을 제외한 1997년·2002년 대선은 모두 2~3%포인트의 박빙 승부였다. 김대중 후보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연합하고,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 했는데도 승부는 살얼음판 위에서 진행됐다.
이때의 경우를 감안하면 안철수 원장의 독자 출마는 사지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진배없다. 안철수 원장이 제아무리 중도·무당파층을 끌어들이고 기존 정당 표를 잠식한다 해도 어림없다. 2~3%를 능가하고도 남는 기존 정당 고정 지지표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을 상수로 놓고 보면 15%가 넘는 붙박이 야권 지지표(야권통합이 이뤄지면 이 수치는 더 커진다)를 대부분 흡수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 뿌리 깊은 나무다.
혹여 모른다. 야권에 민주당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면, 말라가는 고목처럼 형해화된 몰골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면 혹시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혁신과 통합'과의 통합을 통해 신장개업을 하려는 참이다. 하향세를 마감하고 상승세로 나아가려는 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고정 지지표를 대거 흡수한다는 건 더더욱 어렵다.
총선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어차피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만 금배지를 다는 총선의 특성상 득표율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다른 후보보다 한 표라도 더 얻는 것이다. 이런 총선판에 제3신당이 나와 3자구도를 형성하면 어부지리는 한나라당 후보가 얻게 돼 있다. 민주당이 '혁신과 통합'과 통합을 해도, 그렇게 만들어진 통합민주정당이 통합진보정당과 선거연대를 해도 제3신당 후보가 따로 나오면 부질없는 짓이 된다.
결국 제3신당은 잠정적인 것이다. '끝까지 나홀로'가 아니라 '당분간 나홀로'인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는 선거연대를, 대선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런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안철수 원장이 살고, 제3신당이 사는 유일한 방책이다.
안철수 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분다 해도, 제3신당이 그런 안철수 바람을 타고 등장한다 해도 근원적인 한계는 갖고 있다. '나홀로'를 끝까지 고수하기에는 역부족인 존재, '따로 또 같이'가 최선일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안철수 원장이요, 제3신당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얘기는 제3신당이 안철수 원장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경우, 즉 안철수 원장이 제3신당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제3신당은 논할 필요가 없는 대상으로 격하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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