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미 정상이 만나자는 말씀을 하셨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고 하더라도, 남북미 정상회담에 무슨 장애요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북미 정상회담이 우선이고 그 회담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미 정상회담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평양에 갈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갈 수도 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상황이 좋아지면 그럴 수도 있다. 이쪽은 항상 상상 이상의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라고 답하며 부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일 워싱턴 인근의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평양을 방문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22일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 정상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고, 장소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미 정상회담이 올해 가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 정상회담보다 빨리 열리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말했다.
청와대 "북미 정상회담 6.12 싱가포르 개최 미리 알고 있었다"
청와대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지기까지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특히 북미가 정상회담을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기로 결정한 것도 지난 5월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러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끝까지 '판문점'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가 바뀔 수도 있는) 변수가 계속 남은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북측이 미국 측에 마지막까지 평양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했었고, 둘째는 트럼트 대통령이 '판문점 개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근거였다.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8일(미국 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당시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논의한 곳은 판문점, 싱가포르, 인천 송도였다는 사실도 청와대는 추가로 밝혔다. 트럼프는 이때 판문점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로 한미 정상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등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판문점'을 언급하며 "3~4주 안에"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 개최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5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싱가포르로 최종 결정한 이후 즉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한 이유는 이런 맥락 때문이라고 청와대는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배제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가지고 배려해서 그날 통화했던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하는 방식의 '미니 남북미 정상회담'의 모양새를 그리고 있었다. 이러한 구상은 어그러졌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이 아닌 곳에서 열린다고 해서 남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줄어들거나,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몰타 회담', '얄타 회담', '카이로 회담' 등 역사적으로 회담은 항상 제3국에서 해왔다는 점을 보면, 싱가포르는 가장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미국은 같은 제3국이라도 처음에는 제네바를 선호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이 역사상 처음 열린다는 사실에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두 정상의 만남으로 세계에서 마지막 남아 있는 냉정과 분단의 구조가 해체되기를 기원한다.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 꼭 성공하십시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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