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이른바 '그린화' 작업을 총괄했던 이들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옛 삼성 미래전략실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그린화(Green化)'란, 삼성 안에서 노동조합 와해를 가리키는 은어로 쓰인다. 전두환 정권 시절, 운동권 학생을 강제 입영해서 폭력으로 회유했던 '녹화사업'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1984년까지 진행된 '녹화(綠花)사업'으로 인해, 6명의 대학생이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삼성의 '그린화' 작업 과정에선,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양산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는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최모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윤모 상무, 노무사 박모 씨, 전 동래센터 대표 함모 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전무는 삼성 안의 노동조합 대응조직인 '종합상황실'을 최근까지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상무는 최 전무를 도왔다고 알려졌다. 최 전무가 노동조합 와해 실적을 삼성 미래전략실에 보고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렇다면, 삼성 수뇌부 역시 수사를 받게 된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무사 박모 씨는 '창조컨설팅' 출신이다. '창조컨설팅'은 노조 파괴 관련 자문을 주로 한다. 박 씨는 삼성으로 이직한 뒤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계획을 수립했다는 혐의가 있다. 이 계획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센터 4곳을 '기획 폐업'하는 내용도 담겼고, 실제로 이행됐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 실직한다'라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기획 폐업'은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가 있다.
이런 계획에 따라 센터를 위장 폐업한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동래센터 전 대표 함 씨에게도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함 씨가 폐업 대가로 삼성에게 돈을 받았다면, 배임중재 혐의가 적용된다.
검찰은 지난 2014년 자살한 고(故) 염호석 분회장의 장례 관련 의혹도 수사 중이다. 당시 노동조합 측은 유족으로부터 장례를 위임받아 절차를 진행하려 했으나, 유족이 갑작스레 위임을 철회했다. 검찰은 삼성이 건넨 돈이 계기였다고 본다.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 전무가 유족에게 6억 원을 준 정황이 있다는 것. 실제로 염 씨의 부친이 최근 이렇게 밝혔다.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두 번에 걸쳐 3억 원씩 받았다고 했다.
이 경우, 6억 원의 회계 처리 역시 문제가 된다. 삼성 측은 협력업체 지원 명목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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