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는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가 싱가포르로 결정된 데 대해 "분단의 상징으로서 판문점의 역사와 맥락을 이해하는 우리 입장으로서는 판문점이 좀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니까 존중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문재인 대통령이 자연스레 합류하면서 남북미 회담의 모양새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로 결정되면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합류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했다면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회담이 자연스레 연결됐겠지만, 싱가포르에서 할 때는 북미 정상회담 후에 그 자리에서 바로 또 남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소가 싱가포르이면 북미 회담을 마치자마자 우리가 또 가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하는 건 부자연스럽지 않겠나"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미 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남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다면, 그 장소가 판문점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며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언급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판문점 개최를 전제로 북미 정상회담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으나, 북한과 기싸움 끝에 제3국인 싱가포르 선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시점이 5월 말~6월 초에서 6월 12일로 다소 늦춰진 것도 청와대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청와대는 오는 6월 8일부터 이틀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약 북미 정상회담 시점이 당겨져 G7 정상회의보다 전에 열렸다면 "북미 회담 결과를 가지고 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가서 다른 나라들의 성원을 호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청와대는 G7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할지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말해 여지를 열어뒀다.
조속한 시일 내에,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바라는 청와대의 기대는 약간 어긋났지만,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이 내놓을 결과물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장소와 날짜가 정해졌다는 것 자체가 북미 간 사전 조율이 거의 끝났다는 신호다. 특히 북한 매체가 대대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보도하고, 만족감을 드러낸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방침을 밝힌 반면에, 미국은 '영구적인 비핵화', '대량 살상 무기 폐기' 등을 추가로 언급함으로써 검증 문턱을 높이는 발언을 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 매체 <조선중앙TV>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고,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만족한 합의'의 내용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와 평화 체제 맞교환에 대해 진전된 내용이 나온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핫라인'을 통해 통화할 시점에 대해 청와대는 "조만간"이라고 밝혔다. 화제는 북미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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