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직장이나 학교 내 성희롱과 상급자에 의한 갑질 피해 폭로가 전국적으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수 텃밭으로 인식되고 있는 대구지역 대학가에서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역 모 대학 졸업생들과 시간 강사들은 이 대학 K교수가 수시로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학점과 취업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대했다며 학교측에 징계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진정인들에 따르면 K교수의 여학생과 외래 강사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과 갑질은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됐지만 학점과 취업의 약점을 갖고 있는 학생들은 감히 항의하지 못하고 조심하라는 말만 서로 할 뿐이었다고 한다.
특히 K교수는 수업 태도도 극히 불성실하고 수업도 무성의하게 진행하면서 툭 하면 수업시간에 동료 교수를 비방하거나 폄훼하는 발언을 해서 학생들이 오히려 무안해 할 지경이었다고 했다.
교수들 간의 편가르기 갈등에 공공연히 학생들을 끌여들였다고 이 학교 졸업생들은 증언했다.
2014년 당시 2학년이었던 C씨는 K교수가 여러차례 다른 학생들도 듣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해서 C씨가 모욕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 동아리 캠프 갈 때는 C씨에게 "비키니 챙겼어?" 라고 하면서 공개적으로 몇 차례나 "비키니 챙기는 것 잊지 마라"라며 '비키니'를 강조해 많은 학생들 앞에서 모욕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K교수는 캠프에서는 "일단 XX부터 보내자. 다들 XX가 술 취한 거 한 번도 못 봤지?"라고 하면서 술을 강권하기도 했다는 것.
또 불성실한 수업 방식을 건의하는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학점을 주지 않겠다고 경고하고는 실제 학점을 좋게 주지 않는 등 수업에 불성실하고 학생들을 특정 학과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었다고 증언했다.
D씨는 2016년 이 학교 외래강사로 있던 중 수시로 K교수로부터 강의 배제 등 공갈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수업이 끝난 뒤 회식 자리에서는 느닷없이 "야 이 XX같은 X야" 라는 등의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폭력적 발언으로 수치심을 주는가 하면 컵 라면 심부름을 시키는 모욕감을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왜 밥을 같이 안 먹느냐" "왜 병문안을 오지 않느냐? 혼자 오지 셋이서 오느냐" 등 괴롭히고 여러 차례 다음 학기 강의를 배제할 수 있다고 겁박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졸업생 E씨는 K교수가 수업에 불성실한 것은 물론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성 발언을 습관적으로 했다고 증언했다.
졸업생과 조교, 강사인 이들이 뒤늦게 K교수의 성희롱성 바언과 갑질에 대해 진정하게 된 것은 K교수의 불량한언행이 현재 재학생에게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들은데다 올해 3월 전국적으로 미투 운동이 벌어지는 것과 때를 같이 해서 K교수의 처벌과 재발 방지 등 학교 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같은 증언은 피해자들의 직접 증언과 이를 녹취하거나 대리한 G씨의 진정으로 표면화됐다. G씨는 피해자들의 진정을 수합하고 권한을 위임받아 학교 측에 항의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지난 해 이 학교 시간 강사로 K교수와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학교측에서는 K교수의 성희롱성 발언이나 불성실에 대해 해당학과 학생들을 전수조사했다며 조사 결과 K교수에게 문제점이 없지 않으며 이와 함께 교수들 간의 갈등이 학생들에게 일부 투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측 관계자는 "해당 학과의 학생들과 교내 외래강사들을 상대로 전수조사까지 했으나 진정 내용처럼 K교수의 성희롱이나 갑질이 객관적으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없었다. 그러나 정황상 동료 교수를 비방하고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점, 시간강사에게 수치심을 느끼도록 한 정황 등이 일정 부분 인정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수를 징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대학측은 특히 K교수가 성희롱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며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동석자의 증언 등을 종합해 볼 때 불쾌하게 여길 부분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 조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의 증언도 성희롱이라고 할 정도로 구체적이지 못한데다 문제를 일으켰던 졸업생은 빠지고 대리인만 앞세워 추가 증언을 피하고 있어 현재 조사한 사안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수밖에 별다른 조치를 할 수가 없다"고 실토했다. 대학에서 이 문제를 덮을 이유도 없고 해당 교수를 두둔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학교측으로서는 객관적으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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