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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외나무다리', 여야 충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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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외나무다리', 여야 충돌만 남았다

[분석] MB국회 방문, '설득'으로 포장된 강행처리 수순밟기

"와도 못 만난다" → "그래도 가겠다" → "나흘 후에 만나준다니 그 때 가겠다" → "확약한 것은 아니다"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두고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 어지럽게 전개된 상황이다.

민주당에는 이른바 '절충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청와대도 "낮은 자세로 설득하겠다"고 한다. 얼핏 보면 양측이 한 발 씩 물러서 극적 돌파구를 찾는가 싶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마지막'을 향한 에너지가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오히려 시야는 '한미FTA 이후'로 향하고 있다.

▲ 지난 3일 국회 앞 모습, 오는 15일에도 유사한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다ⓒ프레시안
국회 방문 나흘 연기의 의미는 '박희태 압박용'


청와대 내에서도 "'명분 쌓기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국회 방문을 결심한 데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해외에서, 국내에서 한미FTA 처리를 강조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 7일에는 김효재 정무수석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가치는 타협으로 변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 제 믿음이다. 싸워 획득하는 것이고 온 힘을 다해 지키는 것이다"고 사실상 강행처리를 압박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대통령이 강하게 나설수록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은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효재 수석의 서한에도 "이게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는 반응이 많았다.

여론조사에서도 한미 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조금씩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회사 관계자는 "'MB가 하는 것은 다 싫다'는 식의 흐름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되자 전여옥 의원 등 한나라당 내 매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안 좋아진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강행은 명분을 쌓기 위한 '마지막 수순'으로 밖에 평가할 수 없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딜'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설득하러 가는 것이다"면서 '양보'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지금 와서 야당이 대통령의 '설득'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날 청와대가 "지금까지 기다린 거 나흘 더 못 기다리겠냐"며 국회 방문을 미룬 것은, 야당을 감안해서라기 보다는 박희태 의장에 대한 '최후 압박용'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말이다.

야당 입장에서도 청와대의 이같은 행보는 상황을 정리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절충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과도한 응원은 이들의 운신 폭을 오히려 좁히는 효과를 내고 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한나라당과 박희태 의장에게 FTA 비준 동의안 처리는 원안대로 처리하는 점 밖에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도 야당에게는 중요하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여당의 대오를 정비하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그 반작용으로 야당의 '절충파' 입지도 좁아지고 대오가 정비된다는 말이다.

'강행처리'성공해도 그 이후가 더 문제다

청와대와 여당 강경파는 "24일에 한미FTA를 처리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최소한 새해예산안과 묶어서 곧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두고 야당과 중재에 나섰다가 "우리가 언제 15일에는 만난다고 약속했냐"는 민주당의 반발 앞에 모양새를 구긴 박희태 의장도 강한 압박을 받고 있긴 마찬가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만약 15일에 손학규 대표가 안 나온다고 해도 대통령은 국회에 가나'는 질문에 "우리는 의장실로부터 나온다고 들었고, 15일에는 간다"고 답했다.

여당에서도 야당에서도 나올 이야기는 다 나왔고, 이 대통령이 국회 방문까지 해서 모양새가지 갖춘다면 남은 것은 직권상정을 통한 강행처리 외길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이후'는 더 문제다. 청와대도 한나라당 홍준표 지도부도 쇄신 요구에 대해선 "일단 FTA부터 처리하고 보자"고 미뤄놓고 있다. 하지만 강행처리 이후 '소통', '인적쇄신' 같은 번드르르한 이야기가 먹힐지 의문이다. "ISD는 문제없다. FTA는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정한 박근혜 전 대표도 '그들 중 하나' 이상의 효과를 낳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 전 대표는 별다른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FTA국면에서도 박 전 대표는 젊은층에 소구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FTA 이후' 여권의 격동은 예상외로 강력해질 수 있다.

내달 중 통합 로드맵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이 복잡한 야권으로선 여권의 강행처리와 이후 예상되는 대립국면이, 오히려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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