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다롄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에 이은 김 위원장의 두 번째 중국 방문이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국 관영 CCTV를 비롯해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은 8일 저녁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시 주석이 "당사국들의 노력으로 한반도 대화의 모멘텀이 두터워졌다"고 평가했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대화를 지지하며, 한반도 문제를 포괄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중국이 오랫동안 한반도 비핵화와 역내 평화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 준 데 대해 매우 높이 평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을 해소할 수 있다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 가면서 단계적‧동시적인 조치를 취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 주석은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발사 중지, 핵 실험 중단 등을 통해 지역의 평화 정착을 위한 중대하고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 역시 8일 오후 8시경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알렸다. 또 다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7일 평양에서 전용기를 통해 다롄에 방문했으며, 이날 오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담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중에는 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함께했으며 김 위원장 일행에 대한 환영 만찬도 열렸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연회에서 시 주석은 축하 연설을 통해 "김정은 동지의 이번 방문은 우리 쌍방의 중요한 공동 합의를 이행하려는 굳건한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었다"면서 "이는 중조 관계와 조선반도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반드시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답례연설에서 "중국과 같은 위대한 린방(이웃나라) 중국 동지들과 같은 미덥고 진실한 벗을 가지고 있는 긍지와 자부심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면서 "앞으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새 세기를 건설하기 위한 역사적 장정에서 친근한 중국 동지들과 굳게 손잡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방중 이틀째인 8일에도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 해변을 걸으면서 "흉금을 터놓고 따듯한 담화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전날 만찬에 이어 이날 오찬도 함께했다.
갑작스런 북중 정상회담…미국 반응은?
지난 3월 25~28일 전격 중국을 방문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또다시 방중길에 오른 배경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사전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미국에 두 가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 PVID와 대량살상무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of North Korea’s WMD program) 등을 거론하며 협상의 문턱을 높이려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방중을 택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또 다시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했는데, 이는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비판 여지를 차단하면서 트럼프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동아시아 평화 국면에서 다소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중국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의 방중이 시의적절한 카드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긴밀한 북중관계를 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중 간 잇따른 정상회담이 미국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로 감지될 수도 있다. 북한과 중국이 거리를 가깝게 할수록 북한을 압박해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이번 북중 정상 간의 만남이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나의 친구인 시 주석과 오전 8시 30분 (한국 시각 오후 9시 30분)에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무역 문제와 관계와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북한 문제"라고 말했다.
북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시 주석이 관련된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해 주는 모양새다.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의 말이 시 주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 "중국 정부가 양측 회동을 미리 알려왔다"며 "김 위원장이 어제(7일) 다롄으로 들어가 오늘 (8일) 평양으로 들어간다고 중국 정부가 통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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