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놔 두이소 괜찮아예. 재미 삼아 하는 기라 나가 해도 돼예"
"한 삽으로는 모자랄 텐데… 사모래가 한 삽 더 얻어드릴까요?"
"그라믄 여 하나 더 퍼다 주실라예?"
그 사이 봄기운을 머금은 흰여울 마을은 구청의 마을지원사업이 한창입니다. 지난 세월 제 몫을 다한 오래된 하수관이나 계단 등 곳곳의 상처를 치료하느라 분주히 생기마저 돕니다.
갈라지면 덧붙여 잇고 막히면 길을 내고, 십시일반 쌓아 올려 지친 몸을 누일 방 한 칸을 만든 겹겹의 층위는 흰여울 마을이 지닌 생존의 실체입니다. 최근 이곳 흰여울 마을을 "한국의 산토리니"라며 요란한 제목으로 다룬 기사들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관광객이 늘어난다면야 지역 행정은 보고서를 위한 한 줄 표제를 얻을 순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마을을 위한 공공의 보편적 복지는 사모래 한 삽을 얻어 쓰지 않아도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겁니다. 주민의 녹진한 삶과 관광 사업의 경제적 관계를 풀어낼 예민한 배려와 정책들이 필요한 때입니다.
겨우내 애먹였던 보일러 관을 보수하는 할머니의 생을 새하얀 회벽의 '산토리니'로 명명하는 일부터 거두고 볼 일입니다.
'산토리니'가 아니어도, 흰여울 마을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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