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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폐기 카드,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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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폐기 카드,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

[해외시각] "기회 만든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역할 인정해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늘 경계하는 시각을 보여온 주류언론이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해지고,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등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미있는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례적으로 낙관적인 기고문을 실었다.

'북한은 왜 핵을 포기하나(Why North Korea will give up its nukes)'라는 제목의 이 기고문은 <워싱턴포스트>와 미국의 비영리 독립 싱크탱크 '베르그루엔 연구소'가 제휴한 '월드포스트' 코너에 지난 1일 실렸다. 필자는 지난해 6월말 문재인 대통령 방미 때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중 한 명으로 문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던 재미교포사업가 스펜서 김 CBOL 코퍼레이션 회장이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평화포럼에 한반도전문가로도 초대될 정도로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다. 그는 미국외교협회(CFR)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글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가지 위협에 직면에 있으며, 이 위협들을 모두 해결하는 방법은 협상의 대가로 핵을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현실화할 협상의 기회를 만들어낸 역할을 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문보기). 편집자


▲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다리 밀담'.ⓒ판문점 공동취재단

김정은이 직면한 4개의 위협과 4개의 선언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 유지이고, 핵무기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여줬다. 핵무기는 예나 지금이나 정권의 번영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인민들에게 신격화된 위상을 가진 김정은은 그들에게 사실상 4가지를 선언했다.

1)핵프로그램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며, 이제 손을 뗄 것이다.
2)중국과 남한처럼 인민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3)남한과 협력해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4)핵무기로 미국을 기를 꺾었고, 이제 영구적인 안보보장과 경제발전을 위한 지원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활용할 것이다.

이제 김정은은 "아차, 상황판단을 잘못했다. 빈곤하지만 자랑스러운 핵보유국으로 되돌아가자"고 말할 수 없게 됐다. 그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고, 먹히지 않고는 내릴 수 없다. 그는 끝까지 가야만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주자.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의 압박 전술로 개입하지 않았다면 어떤 협상도 추진되지 않았을 것임을 인정하자. 최대 압박 전술은 북한이 정권의 생존과 핵무기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궁지로 몰아넣어 결국 정권의 생존을 택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잘 했다는 것을 인정하자. 문 대통령은 자신이 중국과 수교를 추진한 닉슨처럼 되길 원한다면, 먼저 국내 보수진영의 지지를 받은 닉슨처럼 되어야 하고, 미국의 최대 압박전술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줘 백악관의 신뢰를 얻는 한편, 북한의 김정은에게는 협상을 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는 것을 노련하게 설득했다.

끝으로 김정은에게도 공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북한은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작고, 가난하고, 비호감의 나라였기에 김정은은 상당히 불리한 처지로 여겨졌다.

그는 정권 유지와 관련해 4가지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미국으로부터는 군사적 위협, 남한으로부터는 흡수통일을 유혹하는 심리전 등 문화적 위협, 내부적 위협(변화가 너무 느리면 부를 축적하려는 새로운 계층이 반기를 들거나, 경제가 파탄나면 아래로부터의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위협(고압적인 중국과 이에 맞서는 한반도의 역사는 오래 됐다) 등이 그것이다.

중국과 관련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북한은 문이 열려있을 때 미국을 비난하고, 문이 닫혀있을 때 중국을 비난한다"는 격언을 거론한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최대한의 압박은 중국이 개입해 북한의 유일한 생명줄이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북한에게는 이런 상황은 위험한 동시에 혐오스러운 것이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은 중국과의 결탁을 의심받아 처형됐다. 이복형 김정남은 중국이 지원하는 쿠데타가 벌어질 경우 권력 승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에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됐다.

김정은, 한반도 미래 형성할 기회 누구보다 많이 가져


4가지 실존적 위협에 모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미연에 방지할 평화협정이 필요하다. 두번째, 장기적인 교류와 경제 지원으로 흡수통일을 피하기 위한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의 위협에 저항하는 대신, 정권을 장악하고 정통성의 근거가 될 빠른 성장을 이룩하기 위한 중국식 경제개혁이 필요하다. 끝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의 사실상 지역정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국제 제재를 해제시키고, 경제다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노선'을 선언했을 때, 4가지 위협을 한꺼번에 해결할 충분한 협상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었을까?

그랬다면 김정은은 똑똑한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행운아다. 그러나 계획한 것이었든 아니든 그가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포착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명심할 것은 남북의 역사가 새로운 세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젊고 선거로 교체되지도 않는 김정은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북한을 지배하면서 남한의 대통령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정은은 어느 누구보다 한반도의 미래를 형성할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세밀한 사항들과 속도를 맞추는 데 있어서 진통을 겪을 수 있고, 일시적으로 상황이 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결국 협상의 대가로 핵을 폐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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