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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야권통합의 함수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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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야권통합의 함수관계는?

[김종배의 it] '안철수 변수'는 총선이 아니라 대선용

입을 모은다. 이제 당위가 됐다고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야권연대의 위력이 입증됐고, 더불어 그 필요성도 확인됐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야권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맞다. 여기저기서 진단하는 것처럼 이번 선거는 심판이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고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 민심 한 가운데를 관통하던 이 반MB·반한나라당 정서를 선거 승리의 에너지로 분출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야권연대라는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민심을 내년 총선 승리의 에너지로 더 크게 조직하기 위해서는 토대를 더 튼튼히 다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야권통합은 필수다. 후보 한 명만 단일화하면 되는 서울시장 보선과는 달리 내년 총선은 전국에 걸쳐 단일후보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야권연대로는 벅차다. 가장 좋은 선택은 야권통합이다.

하지만 일사천리로 탄탄대로를 달릴 것 같지는 않다. 야권통합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진보정당도 걸리고, 7%포인트 차 완승에 고무된 여러 정치세력이 필사적으로 자기 숟가락을 챙기려는 행태도 걸리지만 그보다 더 큰 요인이 있다. 안철수 원장이다. 안철수 원장이란 존재가 야권통합의 김을 빼버릴 수 있다.

▲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시장. ⓒ프레시안(최형락)
일각에서 운위되는 것처럼 안철수 원장이 내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제3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안철수 원장이 어제 한 얘기를 종합해 보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는 제3정당 창당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학교 일하기도 벅차다"고 했다. 또 "정치인 안철수로 불러도 되느냐"는 질문에 "학교 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종합하면 안철수 원장은 당분간 '잠수'할 공산이 크다. 곧바로 정치 행보에 나서는 게 아니라 휴지기를 가지면서 정치권을 관망할 공산이 크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유가 있다. 안철수 원장이 조기 등판하면 '냄비'가 될지도 모른다. 빨리 끓었다가 쉬 식는 냄비 같은 처지에 빠질지 모른다. 박근혜 의원 진영을 필두로 한 정치권과 보수 언론의 집중적인 검증공세에 시달리다가 상처만 크게 입을지 모른다. 대선 본라운드에 오르기도 전에 녹초가 될지 모른다. 안철수 원장이 정말 대선에 뜻을 두고 있다면 그가 본격 행보를 시작할 타이밍은 내년 총선 이후다.

그렇게 이것저것 살피다가 실기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다. 정몽준 모델이 있다. 정몽준 의원이 2002년 대선 무대에 등장한 건 월드컵이 마무리 된 후인 8월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한 때 바람을 일으켰다.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정몽준 의원의 아버지인 정주영 모델이다. 그는 국민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켰다가 대선에선 기가 꺾였다. 정몽준 모델이 참고사례라면 정주영 모델은 반면교사다.

그럼 뭐가 문제냐는 반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안철수 원장이 최소한 내년 총선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면 그의 존재가 어떻게 야권통합의 김을 빼느냐는 반문 말이다. 이 반문은 맞다. 안철수 원장의 존재는 최소한 내년 총선을 대비한 야권통합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새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국민의 시선 때문이다.

이치는 간단하다. 짜장면이 먹고 싶다가도 탕수육이 앞에 보이면 그쪽으로 입맛 다시는 게 사람들 마음이다. 이 인지상정에 기초해 보면 야권통합은 짜장면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탕수육에 시선을 꽂은 사람들이 짜장면을 쳐다보지 않으면 야권통합의 파괴력과 흥행성은 반감될 수 있다. 더 간단히 말해 반쪽짜리 통합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총선에 대비하는 야권 입장에선 통합만이 살 길이다. 대선을 염두에 둔다 해도 통합만이 살 길이다.

역측면이 있다. 안철수 원장의 존재가 야권통합의 작은 걸림돌을 치워주는 역할을 한다. 기존 야권의 정책과 이념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안철수 원장 아닌가. 이런 안철수 원장이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부각된 상태이기에 기존 야당들 간의 차이는 작고, 부차적인 문제로 격하돼 버린다.

대선판에도 도움이 된다. 안철수 원장이 결국 내년 총선 이후에 제3의 길을 걷는다 해도 야권 입장에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니, 제3의 길을 걷는 게 야권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002년의 후보 단일화를 재현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야권이 통합을 한 후 개혁 성향의 야당 지지층을 한 데 묶고, 안철수 원장이 제3의 길을 걸으면서 중도·무당파층을 견인한 다음에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이처럼 좋은 필승공식은 없다.

어차피 야권통합은 안철수 원장을 제외한 정치세력의 문제다. 기존 야권에 국한해서 말하면 '연대를 넘어 통합'이지만 안철수 원장을 포함시킨 반한나라당 진영으로 범위를 넓혀 말하면 '통합 이후 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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