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핵폐기물의 경우 경주 중저준위핵폐기물 처분시설에서 보관하고 있지만, 중저준위핵폐기물보다 방사능 세기와 열이 높은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핵폐기물을 보관할 처분장은 현재 없습니다. 현재 사용이 끝난 핵연료는 해당 핵발전소 내에 큰 수조를 설치해 그 안에 임시 보관 중입니다. 사용이 끝난 핵연료지만, 스스로 열을 발생해 표면 온도가 섭씨 4000~5000도까지 올라가면서 녹아내립니다. 이 과정에서 핵연료를 싸고 있는 피복재가 녹으면서 수소가 발생하는데 수소기체는 일정한 농도가 되면 마찰에 의한 작은 불꽃에도 폭발합니다. 또한 녹아내린 핵연료는 그 열로 건물 바닥은 물론 지하 암반까지 뚫고 내려가기도 합니다. 그러다 지하수를 만나면 화산폭발과 같은 증기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용이 끝난 핵연료가 높은 온도로 올라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일단 수조 안에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붕소를 함유한 물을 깊이 약 10미터 정도 넣고 전기 펌프를 통해 물을 순환시키며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이를 습식저장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원전이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보관하고 있습니다. 중수로원전인 월성원전은 핵분열성 우라늄의 양이 적어서 사용후핵연료 내의 방사성물질양이 적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수로원전의 사용후핵연료보다 열발생량과 방사능이 낮아서 습식저장조 내에서 5년 정도 보관하다가 어느 정도 열이 식으면 사용후핵연료 다발을 수조에서 꺼내 헬륨 등이 충전된 금속 통에 담아 따로 마련한 저장시설에 보관하기도 합니다. 이를 건식저장이라고 합니다. 중수로원전에서 사용하는 핵연료는 핵분열성 우라늄의 양이 적은 만큼 핵발전을 위해서 더 많은 핵연료를 사용하게 되고 그만큼 사용후핵연료도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월성원전에서만 습식저장고와 건식저장고를 같이 운영 중입니다.
지금처럼 보관하면 되지 않나. 뭐가 문제지?
폐쇄된 고리 1호기까지 포함해 2017년 한 해 동안 총 25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면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1만3736다발입니다. 1978년 원전을 운영한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총 45만3819다발이나 됩니다.
문제는 각 발전소 안에 마련된 임시수조가 한계에 임박했다는 겁니다. 지금도 넘쳐나는 사용후핵연료를 어찌할 수 없어 수조 안에 칸막이를 세워 조밀하게 저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리 1, 2호기와 한울 1, 2호기의 경우 저장용량이 부족해 인근 발전소로 운반해 보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용량이 포화 직전입니다.
이대로라면 2019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모든 핵발전소의 임시저장고가 차례대로 포화됩니다.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라도 보관할 수 없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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