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365일 전기를 사용하고 그중 핵 발전이 30%를 차지한다. 핵 발전을 위해선 핵연료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그 쓰임을 다한 사용후핵연료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동안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폐기물은 2017년 기준 총 45만3819다발, 무게로는 1799만8726킬로그램(㎏)이나 된다. 한 가구당 929그램(g)에 해당하는 양이다. 문제는 이 사용후핵연료가 단 1그램만으로도 수천 명을 죽일 수 있는 이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독극물이라는 것이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폐기물은 해당 핵발전소에 임시 보관되어 있다. 핵발전소를 떠안고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사용후핵연료 폐기물마저 떠넘긴 채 살아온 것이다. 이제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핵 전기 사용 증가로 사용후핵연료의 임시 저장용량이 포화 직전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사용후핵연료를 당신 집으로 보낼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책임은 핵 전기를 사용한 우리 모두에게 있다.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고준위폐기물? 그게 뭔데?
먼저 핵 발전의 원리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보통의 화력발전은 석탄이든 가스든 연료를 태워 그 열로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터빈과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합니다. 핵발전은 우라늄으로 구성된 핵연료를 사용합니다. 핵연료가 핵분열을 시작하면 높은 열을 발생시키는데 냉각재와 압력 등을 이용해 적정한 수준의 온도를 유지하고 그 열로 고압증기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합니다.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 핵연료가 충분한 열을 내지 못하면 연료를 교체하는데 사용이 끝난 핵연료를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릅니다.
핵이 분열할 때는 열뿐만 아니라 높은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이 나와 주변을 오염시키기도 하고 방사성물질이 묻어서 오염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염된 것들을 방사성폐기물 또는 핵폐기물이라고 합니다. 법에 명시된 정의에 따르면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따라 오염된 물질로 폐기 대상이 되는 물질을 말합니다. 핵발전소에서 사용하면서 오염된 작업복, 장갑, 신발, 교체 부품, 필터,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등입니다. 이러한 핵폐기물들은 방사능 농도와 열 발생량에 따라 중저준위핵폐기물과 고준위핵폐기물로 나뉘는데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핵폐기물입니다.
사용후핵연료는 핵물질 그 자체로 방사능 세기가 가장 높은 핵폐기물이며 그 독성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합니다. 핵분열로 새롭게 생겨난 수백 종의 방사성물질은 지구상에 없던 새로운 물질로 매우 불안정해서 안정적인 물질로 바뀔 때까지 계속 핵붕괴를 일으킵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을 냅니다. 생명체에 치명적인 방사선인 감마선, 알파선 등을 내는 플루토늄,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물질이 다량 들어있습니다. 특히 넵투늄, 규슘 등은 핵붕괴로 그 물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 즉 반감기가 수백 년에서 수만 년으로 깁니다. 일부에서는 재처리를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며 사용후핵연료를 고준위핵폐기물이라 부르길 주저합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자원으로 활용한 나라는 그 어느 곳도 없으며 오히려 재처리 과정에서 핵폐기물량이 더 늘어나고 대형사고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분리한 핵물질 중 일부는 핵무기 연료로 사용될 수 있고 핵발전소에는 사용되기 위험하기 때문에 이 사용후핵연료는 핵폐기물로 취급해 생태계와 영원히 분리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