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에 대한 후속 조치로 "국회 비준 절차를 조속히 밟아주기 바란다"고 30일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해 "'남북관계발전법'이 정한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주기 바란다"며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법률적 절차임을 명심해달라"고 말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대통령은 남북합의서를 체결·비준하며, 국회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 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이 조항에 근거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만, 국회 동의 여부가 또다시 새로운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감안하면서 국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도록 잘 협의해달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오는 6월께 자유한국당의 협조를 구하는 속에 '국회 비준'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해서 정쟁을 유발한다면, 한 템포 숙여가자는 취지"라며 "제출이야 지금 하더라도, 국회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정쟁 수준을 뛰어넘는 훨씬 더 좋은 분위기 속에서 국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그래서 어느 시점에, 어떻게 비준 동의를 받을지 잘 고민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되돌릴 수 없는 역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문점 선언'이 법적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정권이 바뀜에 따라 남북 관계의 부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은 새로운 한반도의 시대를 여는 역사적 출발"이라며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과 핵 위협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전세계에 천명한 평화 선언이자,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사적 대전환의 출발점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이제 첫 발을 내디뎠을 뿐, 새로운 각오로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후속 조치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우선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남북 정상회담 이행추진위원회'로 개편하고 범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후속 조치를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기 바란다"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여건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다. 잘 구분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빠르게 추진하고 여건을 갖춰야 하는 건 사전 조사 연구부터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은 남북의 합의만으로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남북 경제 협력' 등은 유엔 제재의 틀 속에서 순차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여건을 갖춰야 하는 것'은 경협 관련 사업을 말한다. 특히 문 대통령은 4.27 정상회담 당시 개성에 설치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해 "여기서 10.4 선언 이행과 경협 추진을 위한 남북 공동 연구 작업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이 함께 어떤 경협을 할 수 있는지 공동 조사 연구를 하자는 취지"라며 "문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할 때도 남북러 삼각 경협도 공동 조사 연구에 포함시키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남북미 간의 3각 대화채널을 긴밀히 가동하고 국제 사회의 지지 확보 노력도 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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