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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둥글게 가게' 통해 커뮤니티 아트 펼치는 박은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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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둥글게 가게' 통해 커뮤니티 아트 펼치는 박은주 작가

기증된 물건의 사연 붙이고 소중한 추억 나누는 ‘소통 예술’로 '세상을 환하게'

산업단지 한복판에 예술과 더불어 삶을 토닥이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둥글게 가게’ 박은주 작가.
문화와 예술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이다. '예술의 고장'인 전북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찾아 작품세계와 삶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20년 방치된 폐공장이 멋진 예술공간으로 대변신

20여년 방치된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던 공장이 예술의 힘을 통해 멋진 예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바로 전북 전주시 팔복동 팔복예술공장 이야기다.

전주문화재단 팔복예술공장은 전주시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지원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국비 25억원을 포함한 총 50억원을 들여 조성, 지난해 3월 23일 개관하면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탄생했다.

바로 이곳에 ‘둥글게 가게’라는 커뮤니티 아트를 펼치는 이색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공간 미술작가인 박은주(44)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좋아하고 아끼던 것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나누는 커뮤니티 아트를 펼치는 ‘소통 공간’이다.

산업단지 한복판에 예술과 더불어 삶을 토닥이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둥글게 가게’ 박은주 작가를 만나봤다.
20여년 방치된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던 공장이 예술의 힘을 통해 멋진 예술 공간으로 변신한 전주시 팔복동 팔복예술공장. /프레시안(=이태영 기자)
◇ 다양한 물건과 이야기가 가득한 ‘소통 예술’의 창고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은 유치원 때부터 축구를 좋아하고 잘해서 리틀 박지성 소릴 듣기도 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그런 추억을 안고 삽니다. 그 기억을 이 신발에도 담아보려고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을 소유하는 것은 욕심의 시작인 것 같고 진짜 필요한 또 다른 아이의 기쁨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합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의 사진 한 장과 바꾸고 싶습니다. 축구화로 좋은 마음 나누고 싶어요. 사진은 메시지 이미지로 받을게요.”

축구화 기증자인 성 모씨가 2017년 4월 6일 아들의 축구화 2켤레를 기증하면서 태그에 붙여져 있는 사연이다.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악세사리, 넥타이, 선글라스까지...물건도 다양하고 사연까지 담겨있는 ‘둥글게 가게’.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둥글게 가게’의 물품들.

서양화를 전공한 박은주 작가는 팔복예술공장 인근에 작은 가게를 열고 사용하지 않는 깨끗한 물건을 가져와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해 가거나 기증받아 감사하게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소통 예술’을 펼치고 있는 팔복예술공장 입주작가로 1년간 선정돼 ‘둥글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안 입는 옷과 깨끗한 물건을 가지고 와서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해 가거나 나누는 공간.

여기엔 물건에 대한 정보와 기증자의 이야기가 담긴 태그가 있어 좋은 인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해졌다.


기증자와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물건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물건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 물건의 추억 떠올리며 물건의 가치 되돌아보는 ‘소통 작업’

“‘둥글게 가게’는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가 아닌 버리기 아까운 좋은 물건을 서로 교환하고, 기증자와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박은주 작가는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가 아니지만 버리기 아까운 좋은 물건을 서로 교환하고, 기증자와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어떻게 사용했는지, 기증을 하게 된 이유와 새 주인을 못 만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고민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물건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물건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소통 작업’을 시도했다.

‘둥글게 가게’를 통해 ‘소통 예술’을 펼치는 박은주 작가의 환한 미소.

◇ 사람과 사람 연결하며 삶 속에 ‘따스함으로’ 자리잡아

“소소한 일상의 추억부터 잊을 수 없는 인생의 순간까지...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지만 다른 이에게 전해져 더 큰 기쁨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모아주셨다”


내방객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사연을 전해지자 기증자들도 갈수록 늘어난다고 한다.

박 작가는 전시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모든 기증자들의 물품을 전부 받아들이지 못해 아쉬움을 표하며 “여기에 기증된 물품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고 감사함도 잊지 않는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기증자와 ‘이별(?) 사진’도 찍어 한 켠에 기록으로 남긴다.

박 작가는 “물건을 주고받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신 분의 사진까지 볼 수 있어 물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강조한다.


“이렇게 누가 썼는지 알고, 물건에 담긴 추억에 공감한다면 새 주인에게도 소중한 물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박 작가의 ‘소통 예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 기증자는 “이 커뮤니티 아트 작업을 통해 누군가는 이 추억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보람되었다”며 “이렇게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자체가 ‘소통 예술’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기증자도 “수많은 팔복동 주민들과 물건들이 관계되어지고 재조명돼 물건과 공유에 대한 가치가 재해석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참여자 소감을 통해 ‘둥글게 가게’ 작업의 일면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연담긴 기증자의 물건에 태그를 붙이고 사진으로도 기념을 한다.
◇ 산 오르기 좋아하는 도전정신일까?...소통 예술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

매주 수요일에서 금요일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운영되는 ‘둥글게 가게’는 주민들의 작은 쉼터이기도 하다. 지나가는 주민들도 ‘어떤 물건이 와있을까?’ 구경도 하고 커피 한잔 마시며 잠시 쉬어가는 안락한 공간이기도 하다.

전북대학교 사범대 미술교육과에서 미술을 전공한 박은주 작가는 전북 장수가 고향이다. 공기 맑은 장수에서 태어나서일까? 산에 오르기를 좋아한다.

20대 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높은 산을 자주 올랐다한다. 도전정신이 돋보인 것일까? 우연한 기회에 암벽등반에도 관심을 가져 연습에 매진했지만 낙마 후 팔을 다치는 바람에 재활 치료중이기도 하다.

2014년 남원 공설시장 문화관광형시장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소통 예술’을 펼친 박 작가는 올 하반기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개인전 준비에도 열심이다.

이처럼 박은주 작가가 ‘둥글게 가게’를 통해 펼치는 ‘소통 예술’은 기억과 기억,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우리 삶 속에 ‘따스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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