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정 감사에서 일부 사립대학들이 적립금으로 펀드 및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단체가 적립금의 정부 규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생들이 힘겹게 마련한 고액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쌓는 것도 모자라, 위험 자산에 투자해 손실을 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대학 적립금을 규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이 공개한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손실 규모를 공개한 19개 대학에서 주식 및 파생 상품에 총 1898억4000만 원을 투자해 그 가운데 573억9000만 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50퍼센트 이상 손실을 보았을 때만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실제 사립 대학들의 투자 손실액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해는 대학이 보고, 책임은 학생이 진다?"
이에 대해 등록금넷은 "2007년 12월 교과부가 '사학 기관 재무회계 규칙 개정안'의 입법을 통해 대학의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면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며 "이러한 적립금 투자의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적립금의 손실이 교육 환경 개선, 장학금, 연구비 등에 대한 재정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대학의 재원 대부분이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대학은 투자 손실액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에게 더 높은 등록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등록금넷은 또 지난 16일 교과부가 입법 예고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 규칙 개정안'을 놓고 "사립대학 적립금 조성 및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대학 적립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7조 원이 넘어가는 적립금의 과도한 축적, 펀드·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허용과 그로 인한 손실에 대한 규제가 이 개정안에 포함돼 있지 않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적립금을 법인 전입금에 기초해 적립 △누적 금액이 적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제한 △적립금을 적립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규제 △재정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위험 자산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교과부에 제출했다.
한편, 지난해 경제 위기 속에서도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사상 최대 폭으로 증가해, 그 액수가 6조3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국회 교과위 소속 서상기 의원(한나라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8년 말 현재 전국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 규모는 6조3186억 원에 달했다.
항목별로는 건축 적립금이 45.6퍼센트인 2조8808억 원, 기타 적립금이 35.9퍼센트인 2조2685억 원으로 전체의 80퍼센트가 넘었다. 반면, 연구 적립금은 8.9퍼센트인 5641억 원, 장학 적립금은 8퍼센트인 5074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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