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적십자사의 면역 시스템 공개입찰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두 번의 기고를 하였다. 이 문제는 지난 주 공중파 뉴스로 보도되면서 이어 더 많은 언론사들이 이 문제를 기사화한 바 있다. (☞ 관련 기고 : 적십자사를 정말 어찌할까?, "적십자사 해명에 대해 재반박한다" )
하지만 적십자사는 이런 문제제기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입찰결정을 강행하려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하긴 직속 관할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까지도 우습게 보는데 문제가 뭐가 뭔지 잘 모르는 국민들이야 더 우습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적십자사와 한국로슈진단(주)을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는 개별 장비가 재조합되어 사용되어질 때는 의료기기 신고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신고하지도 않고 반입하여 사용했다고 보고 이를 의료기기법 위반사항이라고 본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장비 조합에 따라 다시 시약의 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약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도 역시 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한국로슈진단이 부랴부랴 지난 달 3월 27일 변경신고한 것 역시 변경 자체가 법 위반이고 나머지 2개 시약은 허가변경신고도 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게 각종 법률위반의 소지가 있기에 만약 한국로슈진단이 낙찰이 된다면 향후 관련 문제가 계속 불거짐으로 인해 자칫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 또다시 지연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적십자사는 한국로슈진단이 입찰에 제공한 기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인지 내용을 잘 밝히지 않으려고 하는 데, 여러 경로를 통해 입찰에 제공되었다는 기기를 살펴보면 그 신고사항과 관련하여 입찰 서류 마감 이후 갑자기 일부 기기를 추가하였거나 그 신고 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적십자는 믿을 수 없으니 이는 관할기관인 복지부가 어떠한 내용을 언제 바꾸었는지 밝히고 입찰 서류 제출 당시에 의료기기법 위반 내용이 없었는지, 이러한 내용을 적십자도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조사하여야 한다.
일원화의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은 적십자사
애초에 이번 입찰의 취지는 시약 장비의 일원화를 통한 관리 책임의 명확화에 있다고 대한적십자사가 여러 번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입찰공고를 보면 여러 업체가 컨소시엄의 형태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그 결과로 엘지화학의 경우 시약은 엘지와 영국회사 제품, 장비는 지멘스 제품으로 참여하고 녹십자 역시 시약은 녹십자와 프랑스회사 그리고 영국회사 제품, 장비는 지멘스 제품으로 참여하였다. 결국 3-4개사가 장비와 시약을 공급하게 되는데 과연 이런 것이 적십자사가 주장하는 관리 책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일원화인가? 지금보다 더 복잡해지고 업체도 더 늘어나는데? 이렇게 본다면 장비와 시약을 일원화시켰던 국내업체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시키고 결국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다른 업체들을 들러리 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엘지화학과 녹십자는 그 동안 기기도 시약도 개발 안하고 있다가 입찰 조건을 보고 1-2개 자사 시약을 팔아보려고 저 많은 외국 기업의 시약 및 장비를 이용하여 입찰에 참여한 것 자체가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게다가 양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장비 회사인 지멘스는 올해 초 국내 중소기업을 고사시킨 불공정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루어 1-2개 시약을 팔려는 행태를 보면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일원화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이런 업체를 컨소시엄 방식으로 참여케한 대한적십자사가 근본적인 문제 집단이다.
재입찰공고 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이다
이번 입찰의 과정을 보면 대한 적십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혈액관리의 공공성과 공정성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입찰을 중지하고 복지부와 혈액관리 위원회가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심사평가위원회를 새로 구성하여 재입찰공고를 내고 다시 시작하라. 모든 의혹과 잡음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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